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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27. 2024

콜롬비아 사람은 마실 수 없는 콜롬비아 커피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콜롬비아의 커피 수요는 60킬로그램들이 포대 240만 개였다. 
2019년의 220만 포대에 비하면 상승 추세에 있다. 
그런데 세계 3위의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가 커피를 수입한다.  

2021년에 수입한 커피가 180만 포대에 달한다. 
 

수입 커피는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는데, 국내 소비의 75퍼센트에 이른다. 
콜롬비아가 국내 소비량의 75퍼센트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한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수입 커피 중 브라질 산이 60퍼센트가 좀 넘고, 페루산이 28퍼센트 에콰도르 산이 6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말레이시아, 칠레 및 멕시코에서도 일부를 수입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이 탐을 내는 부드럽고 향기로운 콜롬비아의 아라비카 커피는 해외로 수출하고 콜롬비아 사람들은 낮은 등급의 외국산 커피를 수입해서 마신다.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쌉싸래한 로부스타나 저렴한 아라비카다. 
콜롬비아 국민들이 안쓰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콜롬비아 국민이 양질의 자국산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것은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봉급생활자의 90퍼센트가량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료를 받는다. 
2022년의 최저임금은 월 100만 페소인데, 한화로는 30만 원 정도다. 
이들이 파운드당 25,000페소 정도 되는 프리미엄급의 콜롬비아산 커피를 마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입 커피는 콜롬비아 슈퍼마켓에서 '세요 로호(Sello Rojo)', '아길라 로하(Aguila Roja)' 등의 상표로 팔린다.
일부는 커피 엑기스나 커피 오일의 생산 원료로 사용된다.
  

콜롬비아 일부에서는 커피 수출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국내 커피 시장을 발달시켜 커피 수요를 진작시켜야 했다는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대다수의 콜롬비아 국민은 경제 사정상 수출 가격으로 팔리는 커피를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양질의 커피는 수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2021년도에 1,257만 포대를 생산해 1,245만 포대를 수출했다. 
생산량의 99퍼센트를 수출한 것이다. 
콜롬비아는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그 협정에 따라 국내 커피 시장을 개방했으며, 기업들은 수익이 창출되면 어떤 나라의 커피든 수입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도 그랬다. 
개발시대에 우리의 부모들은 해안에서 잡히는 양질의 생선과 양식으로 생산한 질 좋은 미역, 김 등 해조류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했다. 
그 돈으로 자녀를 교육시켰고, 국가적으로는 다리도 놓고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중남미에는 자국 국민이 좋은 것을 먼저 먹고 나머지는 수출하는 나라가 있다. 
국내 수요가 확대되어 물가가 오르면 일단 해당 상품 수출을 금한다. 
자국 상품의 수출에 수출세도 매긴다. 
바로 아르헨티나다.  


그렇다고 아르헨티나 국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빈부격차는 여전하고 넝마주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거리를 배회한다. 
그와 반대로 옆 나라인 칠레는 수출 지향적이다. 
좋은 품질의 자국산 상품은 당연히 수출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질 좋은 포도주를 벌크로 들여와 이를 병에 넣고 포장해 수출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칠레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하는 얘기다.
 

2022년 초에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장인 로베르토 벨레스 바예호는 콜롬비아 국민 1인당 1년의 커피 소비량이 2.8킬로그램인데,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7, 8년 전에 1인당 커피 수요가 2.4킬로그램이었으니 그때보다 400그램 정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커피 한 잔에 10그램의 커피를 사용한다고 할 경우에 콜롬비아 국민은 하루에 채 1잔의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적으로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다. 
2020년의 추정 소비가 1인당 8.3킬로그램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1인당 6-8킬로그램을 소비한다. 
아마도 날씨가 춥기 때문인 것 같다. 
 

콜롬비아에서 커피 소비는 증가 추세다.
커피생산자협회도 커피 소비 확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 농민들이 자신들이 만든 맛있는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 믿는다. 

<출처: 커피의 생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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