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내 Aug 28. 2024

요동치는 국제커피 가격

국제커피 가격은 시장의 힘, 자연의 현상, 인간의 탐욕이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하락과 상승의 사이클을 이어오고 있다. 
커피는 다른 곡물과는 달리 다년생 작품이라서 커피 농장을 만드는 데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다른 작물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급 과잉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고,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묘목을 심은 후 약 4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게다가 병충해 확산, 전쟁 발발, 정치적 격변, 시장 조작 등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
 

19세기 내내 세계 커피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다.
커피 생산국들은 커피 수출을 통해 재정 기반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했다. 
미국이라는 거대 커피 시장의 등장으로 특히 미국과 가까운 코스타리카에 좋은 기회가 왔다. 
당시 코스타리카에서는 커피가 '황금낟알'로 불렸다.  


커피 수출로 자본이 축적되자 도로망이 구축되고 화려하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수도 산 호세는 '작은 파리'로 불릴 정도였다. 
코스타리카 국가 재정의 90퍼센트 이상이 커피 생산과 연결되어 있었다.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커피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85퍼센트를 넘었다. 
그러나 커피가 과잉 생산되자 과잉 공급의 덫에 걸렸다. 
수년간 이어진 풍작으로 가격이 곤두박질했다. 
어느새 풍작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커피를 불태우거나 바다에 수장시켰다.
정부의 곳간도 바닥났다.
  


1929년의 대공황으로 경제가 침체되자 커피 수요도 줄어들었다. 
국제커피 가격이 포대당 8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대공황 발발 이듬해에는 브라질의 재고가 2,600만 포대까지 쌓였다. 
브라질 정부는 커피나무의 식재를 금지했다. 
커피콩을 철도용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했으며, 커피에서 알코올, 기름, 가스, 카페인 등을 추출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행해졌다.
 
1937년에 브라질은 1,720만 포대의 커피를 불태웠다. 

당시 세계 커피 소비량이 2,640만 포대였으니 폐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스턴트커피가 미군에 대량 보급되고 상용화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TV 광고와 슈퍼마켓이 등장하면서 커피 소비가 증대했다.
세계 커피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고, '커피 붐'의 시대가 왔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0세기말 베트남이 주요 커피 생산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베트남은 커피 재배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콜롬비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생산국이 되었다. 
세계 커피 시장이 다시 과잉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의 많은 커피 농가가 생산을 포기했다.
  


커피의 국제 가격은 뉴욕과 런던의 커피 거래소를 통해 매일 공시된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칙에 따라 커피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지만 실제로는 유럽과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과 가격 변동성을 조장하는 투기자본의 입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커피 생산 대국인 브라질과 소비 대국인 미국의 커피 가격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소수의 커피 가공기업과 유통기업이 세계 커피 시장을 독점했다. 

5개의 커피 생산대국이 커피 생산과 수출의 50퍼센트 이상을 통제해 오고 있다.
특히 국제커피협정이 국제 커피 시장을 지배할 당시에 더욱 그러했다. 
매점매석과 가격담합이 특이하지 않았다.  
공급과 유동을 조절해 커피 가격을 쥐락펴락했다.
정도와 형태의 차이는 있으나 지금도 그 같은 관행이 국제커피 시장에 잔존한다.

  

국제 커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병충해에 대한 통제가 어느 정도 용이해짐으로써 커피 생산자들은 과거보다 커피 공급의 탄력성을 갖게 되었다.  

베트남과 같은 새로운 커피 생산자들이 출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커피 생산의 강국인 브라질이 계속해서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크다.
  

커피 생산국들 간의 합의에 따른 커피 공급 시장의 통제도 더욱 어렵게 되었다. 
커피 생산국들은 미국 하와이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들이 취약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다.  

커피 생산국의 환율도 늘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커피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커피 생산량 증가가 소비량 증가보다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요소들로 인해 커피 시장이 출렁거린다.
  


커피 시장은 곡물 시장과 유사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곡물 시장은 카길, 번지, 드레이푸스 같은 메이저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과 국제 커피 가격의 결정에 생산자들의 입장이 도외시된다.
그래도 아르헨티나 농장주들은 500헥타르 이상의 대토지를 보유한 지주이기 때문에 곡물 가격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버틸 수가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 커피 경작자들은 4헥타르 미만의 소농이기 때문에 커피 가격이 하락하면 즉각적으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세계 커피 시장은 중국에 기대를 건다. 
2015년에 중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는 83그램에 불과했다. 
한 사람당 1년에 5잔 정도다.  


스타벅스는 전통차 소비에 익숙한 중국인의 입맛을 바꾸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19세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으로 커피 산업에 부흥이 일어났듯이 중국에서 커피 소비 증가는 세계 커피 산업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콜롬비아 사람은 마실 수 없는 콜롬비아 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