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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21. 2024

시니어 패션모델 도전기(2)

베스트 드레스

패션모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수업을 마치자 자체 발표회가 공고되었다.

우리 반 컨셉은 여자는 드레스, 남자에게는 정장 스타일로 정해졌다.  


오랫동안 옷장에 갇혀 있던 양복을 꺼내 입고 집을 나서는 나를 따라 나온 아내가 한 마디 건넨다.

“오늘 같은 날 아들네미가 사 준 구두 한 번 신어 보시죠?”


취업한 아들이 첫 월급 선물로 구두를 사주겠다고 했을 때

이제 구두 신을 일도 없는데  아까운데 돈 쓰지 말라고 말리는 나에게,
“아빠! 제가 첫 월급 받아 사 주는 선물인데 뭔가 특별한 것으로 해드리고 싶어요. 
좋은 신발을 신으면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는데 아무 말씀 마시고 이번에는 제가 하는 데로 따라 주세요.”

아들은 나에게 그 당시 최고의 구두를 선물해 주었지만 신을 일이 없어 고이 모셔 두었다.


말끔한 정장에 멋진 구두를 신고 무대 위를 당당히 걸으니 교수님이 엄지 척을 하며  “구두도 세련되고 멋지네요.”라며 칭찬을 한다.
수업을 마치자, 담당 강사도 오늘의 베스트 드레스라며 활짝 웃어준다.  

  


중간평가  

이른 새벽 시간, 정신은 맑아지고 생각이 꼬리를 문다.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머리카락이 빠져 이마와 정수리가 훤히 드러난 내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걸린다.  

‘가발을 맞추던지, 전문 헤어 디자이너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
 
생각이 깊어 지자 조심스럽게 잠자리에서 나와 거실 복도 한편에 선다. 

모델 걸음으로 반대편 창문 앞으로 걸어가 자세를 취한 후, 왼발을 ‘T’ 자로 놓고 부드럽게 턴을 한다.  

창밖 어둠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우습지만 참 대견스럽다.  

‘그래 세상 뭐 있나? 
나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부딪쳐 보는 거지.’ 



수업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했지만 강의실뿐만 아니라 복도까지 화려하고 예쁜 옷을 입은 수강생들이 연습하느라 분주하다.  

이번 시니어 모델 전문가 과정은 시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는데 오늘 시관계자들이 수업 중 방문하기로 하여 이 기회에 중간 평가를 하기로 했다.  


시 공무원들이 수강실로 들어와 자리를 잡자 마이크를 손에 든 교수님이 3개 반으로 나누어진 수강생들이 경연을 펼치고 시 공무원들이 점수를 매겨 1등 한 팀에게는 상을 주겠다는 즉석 제안을 했다.  

참석 공무원에게 평가서가 나누어졌고 수강생들의 눈에는 좀 더 잘해 보겠다는 열의로 뜨거운 열정의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가 마무리되자 예상치 못한 성장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놀랐고, 

교수님은 만족했으며, 

우리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수강생들은 자신감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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