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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Sep 04. 2024

부동산 대격변

나 홀로 좁은 집에 산다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대한민국 신생아 출생수는 한때 1년에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지금은 25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매년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가 1/4로 줄어든 것이다. 
지방은 아예 인구가 소멸할 위기라며 아우성이다.  

1955년에서 1975년까지 20년간 2,090만 명이 출생했고, 2002년에서 2022년까지 20년간 870만 명이 태어났다. 

2,090만 명이 떠받치고 있던 경제 규모가 870만 명의 경제 규모로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런 인구 구조의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높다. 

주택 가격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인구 감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전체 시장 파이를 놓고 봤을 때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입지 좋고 교통 좋고 학군 좋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도 미래 주택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상황을 웃으며 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서울 집중화로 인구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인구 감소로 인해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이다'라는 주장은 종종 시장에서 거부당한다. 

언론, 특히 부동산 소유자들은 이런 이야기 자체를 싫어한다. 
반박하는 이들이 자주 꺼내는 논리가 가구수 증가다.  

인구가 줄더라도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 수요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지방 인구가 계속해서 서울 집중되는 현상도 1인 가구 증가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지방 인구가 서울로 모여드는 상황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이 근대화될 때부터 50여 년간 지속되어 온 현상이다. 
최근에는 지방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서울 집중화 현상이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인구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한때 1,000만 명을 넘었던 서울 인구가 2023년 현재 965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통계를 살펴보면 1인 가구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7년 전체 가구 중 28.6%를 차지하던 1인 가구는 2022년 34.5%로 증가했다.
가구수로는 750만 가구가 넘는다.  

인구가 줄어도 가구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주택 수요는 충분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일견 맞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1인 가구수 증가로 주택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두 가지 함정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짓는 대부분의 아파트 면적이 1인 가구가 살기에는 부담스러운 규모다.  

전용면적 84m² 를 국평(국민 평형)이라고 부르는데, 대한민국 가족 평균 4인 가구 수에 맞춰진 크기다. 
실제로 1인 가구가 사는 평균 주거면적을 살펴보면 이보다 훨씬 작은 집에서 산다. 

2021년 통계를 살펴보면 1인 가구 절반 이상은 주거면적 12평(40㎡) 이하에 살고 있다.
물론 1인 가구 중에서도 소득이 높거나 취향에 따라 넓은 집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1인 가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10여 평 남짓한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나 홀로 좁은 집에 산다

1인 가구가 평균 14평 규모의 집에 산다는 것도 통계에 불과하다. 

실제로 20대 청년의 경우 대부분 5~6평 남짓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꾸준히 1인 가구를 위한 전용 주거 시설을 짓고 있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청년임대주택 등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두 번째 함정이 존재한다. 
 

이런 1인 거주 시설은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 공급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아파트 수요 공급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공급부족'이라는 화두다.
'매년 수십만 호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다'라고 언론과 건설사들이 주장하는데, 이 주장에 인용되는 '신규 주택 공급 수'에는 1인 가구를 위해 지어지는 수많은 주거 형태는 제외된다.  


오피스텔이나 생활용 숙박시설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분류되어 공급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청년임대주택 역시 공공임대주택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공급 주택 수에서 빠진다. 
일반적으로 추산하는 민간 분양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주거 시설이 이렇게 많다. 

하지만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며 발표하는 숫자에는 1인 가구용 주택 공급분이 빠져 있어 집을 적게 짓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논리는, 실제적으로는 전혀 다른 기준과 잣대를 들이댄 통계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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