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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Sep 13. 2024

1%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한다.

주택 투자 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특수관계인 거래
부동산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은밀하게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자전 거래를 해서 집값을 얼마 띄웠다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인데, 생각보다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강남 유명 부동산 중개업자 A 씨. 

그는 반포 일대의 아파트 4채를 보유하고 있는 큰 손이다.
각각 10억 원씩 갭 투자를 해 4채를 보유했으니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면 큰 손해다. 
이를 막기 위해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이 보이면 자전 거래를 기획한다.
 
제일 먼저 시세 30억 원 아파트를 아들에게 35억 원에 판다. 

이 집을 다시 딸에게 38억 원에 넘긴다. 
아버지는 딸 집을 다시 42억 원에 산다. 
30억 원 하던 아파트는 42억 원 시세로 실거래가 등록된다. 
결국 A 씨의 자전 거래를 통해 해당 아파트가 최고가를 경신하고 뉴스에도 보도된다.
 

A 씨의 자전 거래에는 실제로 돈이 오고 간다. 
특수관계인 거래는 시세보다 30% 높이거나 낮춰서 매매해도 큰 문제가 없다. 
 

A 씨와 자녀들은 자전 거래에 필요한 은행 대출 서류도 만든다. 
세무조사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나중에 조사가 들어와도 서류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거래가 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은 실거래가 부풀리기에 속아 넘어간다.
 
자전거래 사실을 모르고 맨 마지막에 미끼를 무는 일반 매수자가 등장하면 게임은 끝난다.

시장에서는 최고가를 찍었다는 요란한 소문과 함께 실거래가가 버젓이 등록도 되었으니 매수자는 진실을 알 리 없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본다고 해도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특수관계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운이 좋아 시세가 계속 올라가면 상관없지만 만에 하나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라면 매수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진짜 선수는 따로 있다

특수관계인 거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부동산 중개업체 등 특성 세력들이 힘을 합쳐 거래가격을 띄우는 경우도 많다. 

A 부동산 중개업체의 물건을 B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사고, 다시 B 부동산 중개업체의 물건을 C부동산 중개업체가 받아주는 식이다. 

잠실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부동산 중개업체 수가 200여 곳에 달하기도 한다.
이들 중 몇 개의 중개업체만 참여해도 시세 조작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대단지 아파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대표 중에는 해당 아파트를 소유한 집주인이 많다. 
자기 명의의 집이 있으니 시세 조작에 쉽게 가담할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10군데가 담합해 한 번씩 거래하면 가격은 올라간다. 
10군데까지도 필요 없다. 
5곳이 돌아가면서 2번씩만 거래해도 된다. 
 

계약이 이뤄지면 실거래가를 등록할 수 있으므로, 실거래가를 찍고 3~4개월을 버틴다.
그러면 옆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다시 오른 가격의 실거래를 등록한다. 

그 와중에 언론이 받아 쓴다. 
이 와중에 일반 소비자가 마지막에 와서 호구 잡히면 상황은 끝난다.
 
실제로 고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5~10%씩 오를 때가 있다. 

시장이 이렇게 돌아가면 상황을 알 리 없는 일반인들은 마음이 조급해져 덥석 미끼를 문다.
자전 거래를 통한 집값 띄우기는 강남 고가 아파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의 일반 아파트도 얼마든지 자전 거래의 타깃이 될 수 있다.
 
1%가 99%의 시장을 왜곡한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허위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 1,000여 건을 조사해 541건을 적발한 적이 있었다. 
집값이 하락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오른 사례 또는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거래된 사례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은 후 취소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시장을 왜곡시키거나 교란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한다. 
낮은 가격의 거래 역시 상속이나 증여를 위한 탈세 목적이 크기 때문에 위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후 계약 해지한 사례는 총 2,099건이다. 

이 가운데 43.7%인 918건이 최고가를 찍은 사례였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2년간 거래된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해 적발했는데, 만약 조사 시기를 확대하면 훨씬 더 많은 사례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뉴스에 '최고가 경신'이라는 타이틀이 나왔을 때는 한 번쯤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부동산 데이터 신뢰도 얼마나 높을까?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은 국내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는 대표적인 두 기관이다. 
과거 한국감정원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부동산원은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부동산 시장을 조사해 가격, 통계, 정보 관리 등의 업무를 진행하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KB부동산은 국민은행에서 운영한다. 

과거 주택은행이 국민은행에 통합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주택은행 시절부터 축적해 온 방대한 주택가격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KB 시세를 가장 믿을 만한 부동산 가격 정보로 여긴다.  

한국부동산원과 KB시세는 시장에서 '부동산 시세가 오르고 있다' 또는 '내리고 있다'라고 말할 때 시세를 제공해 주는 대표적인 두 곳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어떻게 가격 정보를 산정하는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각 지역에 파트너십을 맺은 부동산 업체에 직접 연락해서 "요즘 가격이 얼마인가?"를 묻고 답하며 거래 가격 정보를 취합한다.  

거래가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얼마에 이뤄졌는지 파악하는데, 만약 실제로 거래된 사례가 없다면 부동산 업체에서 이야기해 주는 호가나 시세 등을 바탕으로 산정한다.
가격의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같은 지역의 부동산 업체 3곳의 정보를 취합해 평균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보정한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점이 등장한다.

첫째, 현장에서 시세를 확인해 주는 부동산 업체가 가격을 띄우기 위해 거짓된 정보를 제공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아파트 단지에서 세를 규합해서 가격을 높이는 시도가 종종 벌어지는데,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 제공원의 신뢰도가 낮을 경우 왜곡 가능성은 커진다.
 
둘째, 실거래가 많지 않은 지역은 가격 산정 방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만 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 단 한 채가 거래되었을 때 단지 전체의 시세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수관계인 거래가 또는 자전 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달랑 한 채 거래가격으로 '아파트가 올랐다' 또는 '내렸다'라고 단정 지으면 시세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원천 소스는 부동산 업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내 부동산 시장데이터의 객관성이 높아지면 시장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처: 부동산 투자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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