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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Sep 16. 2024

건축비 산정의 허와 실

금리보다는 경기상황

비싼 건축자재를 쓰면 공사비는 한정 없이 늘어난다. 

하지만 2023년 현재 보편적으로 통하는 건축비는 평당 600~700만 원 수준이다. 

평당 공사비를 600만 원으로 잡았을 때 철근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만 원 정도다.  

레미콘 가격도 마찬가지다. 
평당 3~4만 원 정도를 차지한다. 

최근 공사비가 평당 1,000만 원으로 올라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팽배하다. 
하지만, 순수한 건축비가 그렇게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건축비가 올랐다기보다 금융비가 올랐다는 말이 더 타당하다.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규모가 클수록 금융 비용이 많이 든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은행에 내는 이자가 연간 800억 원에 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공사비만 수조 원이니 금융비 역시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금융비와 인건비는 기본이고, 공사가 지연되면서 감당해야 하는 부대 비용 역시 모두 건축비에 포함된다. 
자잿값 인상 외에 여러 다른 요인의 비용 증가가 건축비 인상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금융비뿐 아니라 땅값도 건축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간 건설 업체가 분양하는 사업은 토지를 매입할 때 드는 비용이 전체 사업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경기도 외곽 신도시의 경우 주로 택지 개발을 통해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요즘같이 거래가 뜸한 경우 토지 입찰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평당 2,000만 원에 분양하던 택지를 500만 원에 분양하면 사업비에서 토지 매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다.  

이러면 건축비용 산정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토지 매입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오를 때는 신나게 올려도 낮춰야 할 때는 입 꾹 닫는 것이 업계 속성이다. 
심지어 건설업계는 언론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시장 분위기를 '인상' 쪽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물가가 오르고 있으니 건축비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최근 강남과 용산 등 땅값 비싼 요지 몇 군데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았다. 
건축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건설사 논리에 수요자들이 앞다퉈 분양을 받기도 했다. 
시장을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호구 잡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금리보다는 경기 상황

2000년대 초반 금리가 4~5%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에도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랐다. 
금리는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금리 하나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해석하기는 힘들다. 
부동산 가격은 금리 말고도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보다는 실물 경기라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경제성장률이 높아 국민 살림살이가 좋아지면 일반적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증가한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새로 사려고 하며, 기존에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더 넓은 집이나 새집으로 이사하려고 한다.  

시장의 주택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하지만 실물 경기가 침체되고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 주택 수요도 하락한다. 
돈이 없으니 빚내서 집을 사기 힘들다. 
다운사이징하거나 집 살 기회를 뒤로 미루기도 한다.  

수요가 줄면 제아무리 공급이 부족해도 집값은 떨어질 확률이 높다. 

결론적으로 주택 경기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보다는 수요다.
 
실수요자 입장이 되어 한 번 생각해 보자.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금리가 1% 오르면 매월 8만 원 정도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집을 반드시 사야 하는 입장이라면, 한 달에 8만 원을 더 낸다고 해서 집 사는 것을 뒤로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내렸다고 해서 무조건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금리가 낮아져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를 단순화시켜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한다. 

금리가 몇 퍼센트가 올랐다. 
또는 내렸다고 이야기하면서 주택 수요를 결정짓는 최고 변수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간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공급자 우위다.
쉽게 말해 건설사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지면 건설사가 사업하기 어렵다. 
건설사는 언론사를 동원해 금리가 높아서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으니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사라진 수요가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금리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금리 때문에 무조건 집값이 오르고 내린다는 결론은 섣부르다.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된 현재 우리나라를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로 보는 시선도 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제아무리 금리가 낮아져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여력 자체가 없다. 
무조건 금리 인하만이 부동산 수요 창출이라는 논리는 들어맞지 않는다.


저출산에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경기마저 침체된다면 지금까지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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