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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Sep 26. 2024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1)

티토노스의 비극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인간을 사랑하게 된다. 

그 상대가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다. 
신은 영생이지만 인간은 죽어야 하는 운명이기에 에오스는 신들의 우두머리인 제우스를 찾아가 티토노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 것을 간청하고 마침내 허락을 받는다. 
 

그런데 아뿔싸! 
그녀는 영원한 젊음을 달라는 소원은 말하지 않았다. 
불로장생이 아닌 장생만 구한 것이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혐오스러운 노화가 티토노스를 덮치자 젊은 시절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팔다리 하나 제대로 움직이거나 들 힘도 없어졌다.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며 새벽을 여는 에오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에오스는 그를 햇볕이 드는 방에 넣어버린다. 
 

거기서 티토노스는 쪼그라든 몸으로 옹알거리다가 매미로 변하고 만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은 「티토노스라는 시에서 신이 준 불사의 축복을 다시 거두어가기를 간청하는 티토노스의 비극을 그렸다. 
오래 살지만 젊음이 따라주지 못해 생기는 비극을 일컫는 '티토노스의 함정'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수명만 길어지고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면 장수는 재앙이 된다.

수명이 길어지고 아픈 기간도 길어진다는 뜻이다.
자원 배분에서 건강에 투여되는 시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이유다.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이 불편한 기간을 뺀 것이 건강수명인데, 우리나라의 2020년 건강수명이 70.9세다.
평균수명 83.5세와 약 12.6세만큼 차이가 난다.  

건강수명 격차는 여성이 13.6세, 남성은 11.9세로 여성이 1.7년 정도 더 아프다. 
오래 사는 만큼 아픈 기간도 긴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도 퇴직해서 아무 일 없이 100세까지 살면 비극이다. 
건강한 50대 후반부터 뾰족한 일 없이 30년 이상을 살 수는 없다. 
일본의 수제구두 명인 키쿠치 타케오는 55세에 대학교에 입학하여 10년 동안 구두 공부를 했다.  

65세에 공부가 끝났으니 나이 들어 헛일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키쿠치 타케오는 90세가 넘어서도 구두 관련 연구를 했다.

이전에 수명이 짧을 때를 생각하면 특이한 사례에 속하지만, 장수시대에는 일반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대학교까지의 교육에만 집중되어 있고 이후의 재교육 시스템이 약한 우리의 교육체계 역시 고령사회에 맞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1차의 삶이 아니라 2차, 3차의 삶과 이를 이어갈 일을 생각해야 한다.
근로수명을 늘릴 필요가 있다.
건강수명과 근로수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부각되는 문제는 돈의 수명을 늘리는 일이다. 
수명이 길어지면 돈의 수명을 그만큼 늘려서 '나보다 돈이 오래 살도록' 설계해야 한다.
돈의 수명은 오랜 기간에 걸친 계획과 자산 관리에 달려 있다. 

특히 금융자산에서 금융소득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영역이라 더욱 주의를 요한다.
 
골프 코스 길이가 전반적으로 길어지면 공을 세게 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비만 많이 난다. 
근본적으로 근육을 더 키워 내 몸을 바꾸고 자세를 교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티토노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삶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수명의 구조적 증가에 맞추어 건강수명, 일의 수명, 돈의 수명을 같이 늘려야 한다.
더불어 사회의 재구조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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