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서둘러 찾아간 곳은 현지 식당, 중심가 제셀톤 호텔 1층에 위치한 식당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많아 이른 저녁을 그곳에서 먹기로 했다.
현지식 백반과 미시고랭에 과일 음료수를 맛있게 먹고 디저트를 결정해야 할 순간 이곳에 파는 망고 빙수를 먹을 것인지 식당을 나가 과일 가게에서 두리안을 먹어볼 것인지…
잠깐 망설이다 이곳에서 망고 빙수를 먹기로 결정을 하고 밖을 보니 억수 같은 비가 내린다.
만약 과일가게에서 두리안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면 저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고 생각하니 망고 빙수가 더없이 고맙다.
비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내려 그랩 택시를 부르니 5링깃 가격이 금방 9링깃으로 올라간다.
기다린다고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오늘은 혼자 집에 남아 있는 아내의 생일이다.
아침에 축하 인사를 하지 못해 전화를 거니 반가운 목소리로 맞이한다.
딸아이는 매일 틈나는 대로 아내와 통화를 했지만 나와는 일주일 너머 처음하는 통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스노클링 하면서 물고기 본 이야기를 해주자,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좋겠다. 나도 물고기 노는 모습을 눈으로 꼭 보고 싶었는데...”
전화 통화를 마쳤지만 아내의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늘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몫은 양보하는 삶을 산 아내의 모습이 눈에 밟혀 마음이 찡하다.
비를 피해 숙소로 돌아와 글도 쓰고 책을 읽는다.
시계기 9시를 가리키자 잠자리에 들기는 이르고 밖으로 나가기에는 늦었다.
딸아이와 맥주 한잔하려니 마땅한 안주거리가 없어 숙소 1층 편의점으로 안주 사냥을 나선다.
내리던 비는 거짓말처럼 멈추었고 1층 식당가에는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젊은 남자 3명이 바구니에 맥주를 쓸어 담으며
“소주도 좀 사야 하는 것 아니야.”라며 한국말을 한다.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해
“맥주 너무 많이 사는 것 아니에요.” 라며 말을 걸자
“여기 술값 너무 비싸네요.” 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슬람 국가라 술값이 비싸니 아껴 드세요.”
“아 오늘 다 마실 건 아니고 나누어 마실 거예요.”
즐겁게 잘 놀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나의 젊은 시절 생각이 났다.
부천 중동에서 서울 역삼동 직장까지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 갈아타는 신도림 역은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오가는 출퇴근 시간에 영어회화 테이프로 공부하던 시절 이제 생각해 보니 참 열심히 살았다.
‘그래 오늘은 열심히 산 나를 위하여 한잔 하는 거다.’
편의점에서 사 온 멸치튀김과 집에서 가져온 마른 멸치를 안주삼아 소맥을 만들어 젊은 시절 나를 위해 건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