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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여행 20일(12)

깨진 계란, 깨진 내 마음 

by 산내 Feb 03. 2025


워터프런트는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과 감성이 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로 풍경을 감상하며 걸어가니 이곳저곳 가게에서 테이블을 권하며 앉으라고 한다.

가볍게 그들을 지나쳐 마사지 숍에 도착하니 우리를 알아본 과일가게 아저씨가 마사지 가게 문을 열어준다.


우리를 알아본 여자 마사지사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고는 나에게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딸아이의 발을 마사지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발마사지를 1시간 받기로 했다.
10여분 지나자 지난번과 다른 덩치가 큰 남자 마사지사가 들어와 인사를 하고 마사지를 시작한다.  


마사지를 마치고 과일집 아저씨를 찾아가 

“두리안을 맛보고 싶은데….”라고 말하자

잘 익고 누런 빛이 도는 두리안 껍질을 벗기고 칼로 잘라 맛보라며 내민다.  


딸아이와 한쪽씩 받아먹으니 미끈한 맛에 안에 씨 같은 것이 있는데 고소한 맛이 난다. 
얼마냐고 물으니 맛보기로 준 것이라며 돈 받기를 거절한다. 
13링깃짜리 파인애플을 사니 정성껏 손질해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준다.

고마운 마음에 15링깃을 건네니 굳이 2링깃의 거스름 돈을 내준다.  


이곳 과일 가게와의 인연은 지난번 망고스틴을 사면서 시작되었다.

망고스틴 1kg 껍질을 까면서 싱싱하지 않은 것을 골라 버리고 새것으로 채워 넣는 모습을 지켜보며 신뢰가 생겼다.  

가게가  중심가에 위치해 지나치며 볼 때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창문 너머에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시계를 보니 아침 7시다.

이른 시간인데도 수영장에는 사람들이 많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니 이곳과 연관된 한 사람이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영국 지배에서 독립했고, 그 당시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연방국가가 되기를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독립 국가의 길을 선택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나에게는 생소했다.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하는 역사를 접해왔고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점령해 식민지화하는 역사에 익숙한 나에게 싱가포르가  그들이 원치 않은 독립국가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왠지 낯선 역사의 기록이었다.  


영국에서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리콴유는 싱가포르로 돌아와 약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말레이 연방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독립국가를 건국해 지금의 싱가포르가 완성되는 기초를 만들었다.

리콴유가 나라의 기틀을 튼튼히 한 덕분에 싱가포르는 지금의 경제적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오늘은 이곳 숙소를 예약한 마지막 날이지만 위치도 좋고 가격도 만족해 8박을 추가하기로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청소를 해주기로 해서 12시부터 3시까지  숙소를 비워주어야 한다.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가 가장 뜨거운 날씨라 더위를 피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근처에 있는 Suria Sabah 쇼핑몰이다


시원한 쇼핑몰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2층에 위치한 스시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동남아에서 먹어본 스시치고는 맛있고 가성비도 좋다.
만족한 식사를 하고 내일 섬투어에 신고갈 아쿠아 슈즈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사, 계산대에 올리다 10개들이 플라스틱 계란 박스가 손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깨진 계란으로 계산대 앞 바닥이 난장판으로 변하자 직원이 나타나 계산대를 닫고 청소를 시작한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Sorry.”라 말하니 괜찮다고 한다.


직원은 괜찮다고 했지만 내 마음이 아프다. 
깨진 계란이 아깝고 점점 무디어 가는 내 손 끝이 야속하다. 
깨진 계란 10개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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