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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여행 20일(10)

주말 야시장

by 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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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프런트에서 석양을 보고 주말 야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천천히 걷기로 했다.

하야트 리젠시 호텔을 거쳐 필리피노 마켓을 지나자 바다 위에 나무로 데크를 만들어 감성 있는 주점들이 쭉 이어져 있는 워터 프론터가 나타난다.

술을 마시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 있다.

유난히 서양인들이 많이 보이는 주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2잔에 감자튀김을 시키니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가 테이블 위에 놓인다.

등뒤로는 해가 지면서 붉은 석양이, 반대편으로는 먹구름이 가득 낀 회색빛 하늘이 대조를 이룬다.
그 사이를 가로막은 섬 앞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한 폭의 그림이다.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을 안주 삼으니 천하에 부러울 게 없다.


한쪽에서는 석양이 다른 한쪽에서 회색 구름사이로 번갯불이 번쩍이자 그 사이로 붉은 하늘이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그 풍경이 경이롭다.

시간이 더 지나자 해는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먹구름이 점점 기세를 넓혀 하늘 전체를 덮는다.

곤 쏟아질 것 같은 비를 피해 실내로 자리를 옮겨 맥주와 안주거리로 저녁을 대신한다.


맥주를 추가 주문하고 화장실 갔다 자리로 돌아오는 길, 느닷없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약주를 좋아하셨는데 살아생전 같이 소주잔 한번 같이 한 적이 없었다.
코타키나발루 멋진 바에 앉아 딸아이와 맥주 한잔 같이 할 수 있는 나는 참 행복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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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지나니 먹구름이 걷히고 더 이상 비가 올 것 같지 않아 술값을 지불하고 길을 나선다.

주말 야시장은 천천히 걸어도 10분 거리, 현지인들 틈에 끼여 무단행단하며 시장으로 간다.

시장이 가까워지자 요란한 불빛과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음식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야시장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치앙마이 주말시장에는 볼거리, 먹거리, 살 거리가 균형을 이루었는데 이곳 야시장은 볼거리와 먹거리의 비중이 높은 것 말고는 두 시장 모두 매력적이다.


쉬엄쉬엄 걸어 반대편 끝에 도달하여 숙소로 돌아가려는 내 생각과는 달리 딸아이는 반대편을 구경하지 못했으니 다시 내려갔다 올라오면서 시장을 더 구경하겠다고 한다.
마침 눈앞에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있어 딸아이가 시장을 다시 둘러보는 동안 앉아서 공연을 보기로 했다.


딸아이가 시장 속으로 사라지자, 나이 든 가수의 맑고 깊이 있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낯설지 않고 강한 목소리가 아니지만 힘이 느껴진다.
노래하는 가수 오른편 나무 밑에 앉아 하염없이 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마이크 옆에는 하모니카가 매달려 있고 손에는 울림통이 둥근 기타가 들여 있으며 발 바깥쪽에는 건반악기가 안쪽에는 페달이 있어 페달을 밟으면 뒤에 있는 자그만 북과 허벅지 왼편에 위치한 템블린이 같이 울린다.


30분 정도 노래를 듣다 노가수에게 다가가
“Can I request Music?” 하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아낙”이라고 말했지만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롱이 시랑 갓사모 통이….” 아는 가사를 흥얼거리며 자리로 돌아와 앉자 노가수는 기타에 카터를 끼우고 잠깐 동안 조율을 한 후 ‘아낙’을 노래하기 시작하는데 온몸에 짜릿한 소름이 돋았다.


잠깐 연주를 쉬는 시간에 다가가
“내일도 연주를 하세요.”라고 물으니

“내일은 친구가 이곳에서 연주해요.
나는 다음 주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다시 노가수의 공연이 시작되고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격하게 공감을 표하자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씩 웃는다.
10시 반이 되자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노가수는 공연장을 떠났고 찹쌀밥을 구해온 딸아이와 야시장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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