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점심을 망고 몇 조각으로 때우고 숙소로 돌아오니 배가 고프다.
샤워를 하면서 입었던 수영복을 세탁해 늘어놓고 서둘러 찾아간 곳은 Suria Sabah몰 근처 한국식당 이른 저녁이라 아이들을 동행한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삼겹살에 맥주를 시키고 무한리필인 밥과 계란을 가져와 허겁지급 먹기 시작한다.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사장이 아내인 듯한 여자와 언성을 높여가며 대화를 나눈다.
지나가던 한국 여자 2명이 식당을 기웃거리자 얼른 나가 데리고 들어와서는 그 테이블에 붙어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음식이나 서비스 수준은 개판인데 여행사를 겸하고 있다며 내일 선셑 구경을 가자며 비즈니스인지 작업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카드 장비가 없다며 현금을 요구한다.
식당을 나서지만 부족한 음식 맛과 서비스에 못 채운 허기만 남는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발길을 과일가게로 돌렸다.
빠진 앞니를 드러내며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과일가게 아저씨를 만나 두리안도 먹고 망고와 파인애플도 넉넉하게 사갈 생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과일 가게 앞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임에도 문이 닫혀 있다.
공허한 마음에 갈 곳을 잃어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잠시 멈추어 내려진 셔터 문만 바라보다 발길을 Suria Sabah 지하에 위치한 ZUS COFFEE를 이동해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듬뿍 얹은 음료를 마신다.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날은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잔다.
9시경 눈을 떠 거실로 나오니 딸아이 방은 여전히 조용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으로 하얀 물거품을 만들며 오고 가는 배들을 하염없이 바라며 혼자 말한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돌아가긴 어머님이 이런 풍경을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던 시절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풍경을 보면 가족 생각이 났다.
오늘은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다 억척같이 삶을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서 멈춘다.
어머님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영향인지 여동생은 젊은 시절 위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다.
그 후 건강을 되찾아 억척스럽게 살아 가지만 항상 마음에 걸린다.
코타키나발루의 탁 터인 바다를 달리는 배들이 나를 가족들의 곁으로 데려다 놓는다.
‘참 좋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