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칸 섬
지난 일요일 숙소 청소를 하면서 4개 있던 수건이 2개로 줄었다.
5박에 수건이 4개였는데 8박에 수건이 2개밖에 없어 딸아이가 수건을 더 달라고 호스트에게 요청했는데 숙소로 돌아오니 추가 수건 3장이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3시경 숙소로 돌아온 딸아이와 수영복을 갈아입고 숙소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주말 동안 사람들이 붐볐는데 주중이라 조용하고 지난주 흐렸던 물속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침실 2개에 부엌과 거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까지 하루 7만 원으로 머물면서 5성급 호텔 수준을 요구하면 안 되지 하면서 풀 안으로 뛰어든다.
자유형으로 수영장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등이 벌겋게 익은 서양 젊은 친구를 만나 말을 건넨다.
“너 등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제 사피 섬과 마무칸 섬 투어를 가서 너무 재미있게 놀았더니 등이 벌겋게 타버렸어.”
“잠자는데 불편하지는 않아.”
“보기는 불편해 보이지만 다행히 잠자는데 이상은 없어.
하지만 같이 갔던 친구는 타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어.”
이렇게 시작된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고 네덜란드 출신인 이들은 6개월간 대만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데 학교가 쉬는 일주일 동안 이곳으로 여행 왔다며 내일은 쇼핑을 하고 모래 대만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는 선베드에 누워 있는 친구 곁으로 간다.
오늘 계획은 블루 모스크를 방문한 후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하던 딸아이가
“블루 모스크 마지막 입장이 5시 30분인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네요.”
“시간이 너무 촉박하면 오늘 말고 다른 날로 선택하면 되니 무리하지 말자.”
모스크에 가기 위해 입었던 긴바지를 바꾸어 입고 쉬엄쉬엄 걸어 해산물 식당에 도착하니 이번이 3번째 방문이라 지난번 서빙했던 직원이 아는 척한다.
주문을 받으려 다니는 직원도 지난번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을 가리키며 인사를 건넨다.
이제 주문도 일사천리 맛있게 접시도 비우고 계산하려 나서며 테이블 서빙 직원에게 팁을 주려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식당 문을 나서 계산대로 향하는 순간 오른손과, 왼손에 요리 접시를 든 서빙 직원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팁을 호주머니에 넣어 주니 고맙다며 좋아한다.
팁은 받는 사람도 즐겁지만 주는 사람이 더 즐거운 법.
고마워하는 모습에 행복해진다.
세 번째 섬투어를 하는 날이다.
쌀로 죽을 만들어 아침을 먹고 배낭에 스노클링에 필요한 준비물 챙겨 넣는다.
지난번에 빼먹었던 수건과 책까지 챙겨 넣었다.
제셀톤 선착장 A8번 매표소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한적하다.
보트 요금과 구명조끼, 스노클링 장비까지 105링깃이지만 75링깃으로 할인해 준다.
준비해 간 한국 커피로 고마움을 전한다.
보트가 섬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면 모자가 날아갈까 봐 무릎 위에 놓는다.
앞 좌석에 앉은 두 노인네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니 덤성덤성 빠진 머리가 백발이다.
나이 든 부부가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바닷 쪽 좌석에 앉은 할머니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무딘 손끝이 느껴져 폰을 바다에 빠뜨릴까 마음조리며 바라본다.
사피 섬은 투어 첫날 가보았고, 두 번째로는 마무틱 섬을 갔으니 오늘은 마누칸 섬이다.
마무틱 섬과 마주 보고 있는 마누칸 섬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좌측 해변은 숙소 이용객 전용인 선 베드가 놓여 있고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해변을 따라 나무로 만든 탁자가 있다.
해변 안쪽으로는 숙소로 사용되는 건물들이 있고 인도 옆으로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생맥주를 판다.
자리를 정하자 스노클링을 시작한 딸아이가 나타나
“다른 섬보다는 물이 흐리고 쓰레기들이 많네요.
물이 갑자기 깊어지니 곳이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라며 주의 사항을 전한다.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딸아이가 일러 준 대로 사람들이 적은 오른쪽 끝 편 해변으로 가니 조용하고 물이 맑다.
가만히 물속을 주시하니 손바닥만 한 은색 물고기가 4마리가 발밑을 지나간다.
큰 물고기들이 사라지자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지나가고 물속 모래밭에는 모래 무치가 땅을 파고 들어간다.
30분 정도 물고기들과 놀다 나오니 섬 반대편 육지 쪽에는 먹구름이 가득하고 천둥 번개가 친다.
다행히 우리가 머무는 섬에는 비는 오지 않는다.
2시가 넘어서자 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난다.
딸아이도 물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보트를 타고 제셀톤 선착장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