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차] 퇴사를 막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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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터레스트

퇴사를 하려고 한지 벌써 일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가스라이팅하던 꼰대 파트장때문이었고, 그 다음에는 파트장때문에 재발한 공황장애 때문이었고, 그 다음에는 회사의 경영위기 때문이었고, 그 다음에는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전망이 없다고 느껴서이다.

하지만 일년 사이에 파트장은 경영위기로 나갔고, 프로젝트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 조금 빛이 보였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끝내고 퇴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고있다. 매일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서 말이다.

드디어 내년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이 정해졌고, 나는 그 날을 딱 퇴사일로 못박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임을 다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프로젝트의 마감일이 또 두어달 밀렸다고...

"내 계획을 눈치챘나?!"

라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으로 넘겨보려했지만, 속에서는 천불이 난다. 우리 프로젝트는 완성도도 필요하지만 빨리 유행하는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그게 지지부진 해지면 당연히 유행은 바뀌어버리고, 그러면 우리 프로젝트는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려 이것저것 변화를 시도하고, 그러면 마감은 또 밀려버린다. 이것의 무한반복을 지난 4년동안 해왔다. 이번에도 더 밀릴것이라고 예상한다. 만약 또 한번 뒤로 밀리면, 그때에는 그냥 퇴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책임이 필요없는 직책주제에 책임감이라는 이유로 더이상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 다같이 어려운 경영위기를 겪었음에도, 직원들에게 위로의 말은 커녕 '예전같은 열정이 보이지않는다'라는 소리를 지껄이기 일쑤고, 책임과 의리로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 견뎌주었던 사람들에게 '다른 데 갈 용기와 능력이없다'라는 말을 했다. 모든 복지가 사라졌고(추석과 설날에 흔하디 흔한 스팸한통 주지 않았다)2년째 연봉협상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어떠한 애사심을 바라는 걸까?

이제 더이상 회사를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일만 하며 다니게 되었고, 나의 성장또한 멈췄다. 그저 남은건 5년을 다녔던 회사의 익숙함에서 오는 안도감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퇴사할 때가 된 것이겠지.

내년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지금도 퇴사를 그린다. 더이상 나의 퇴사를 막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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