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자의 윤회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의 영화, <엉클분미>

by young



처음 느껴보는 장르의 영화였다.

주인공 분미의 투병을 소재로 하면서도 화면 자체는 아름다우며 스토리는 판타지와 감동으로 가득하지만 어딘가 섬뜩하다.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감독의 독특한 시선이 많이 담겼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화는 스페인, 태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다양한 국가의 제작진들을 통해 만들어져 더욱 그 신비스러운 문화적 감각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이 드는 와중,

“인생은 환상이고 환영”

이라는 아핏차퐁 감독의 언급이 떠오른다.




영화에 나름 표면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종교적 주제는 불교 바탕이다. 전통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주와 메기의 설화에 이은, 환생에 관한 이야기들의 향연은 이전 삶을 기억하는 ‘전생’의 테마와 몸의 껍데기를 바꾸는 ‘변신’의 주제도 담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판타지라고 한들, 태국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실제적 삶의 모습이나 고민, 그리고 국가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 간의 연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들은 서로의 삶과 죽음에 깊이 관여하며 윤회와 순환에 대한 많은 은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핏차퐁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적 세계가 뚜렷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 등장시키는 인물이나 상징마다 각각의 연결성이 지니는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그가 가진 특정한 종교적 이미지와 환생이라는 표제는 늘 그곳에서 그의 영화를 빛나게 도와주는 요소 중 하나로 해석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령은 공포영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수용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는데, 아들이 환태한 유령은 잔존의 형상화로써, 현재 인물들의 삶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유적 존재의 부름을 상징하며 영화 내외적 인물, 그리고 관객의 새로운 사고 방식을 도출해내는데 한몫한다.


이 영화는 또한 우리가 ‘기억’ 해야할 것들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주제를 던져주는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일상적 순간들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복잡한 삶의 의미와 복잡하게 얽힌 과거의 역사는 의례로서 영화와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물론, 입장과 시점은 우리의 이해의 폭에 어떤 한계를 던져줄지 모른다. 이상적, 그리고 비이상적인 것들이 가득한 우리 세계와 그 속을 헤집고 살아가는 인간들은 삶이라는 고통을 견디고 견디며 각자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엉클 분미>는 가족, 인생, 환상, 억압, 그리고 표출의 다양한 연결점과 통과의례를 감독만의 방식으로 드러내며 우리에게 정서적, 시각적 충격과 표면적 아름다움과 결부한 사유의 이질적 중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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