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

by 레이


감독. 김초희

배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 살아가는 일이란 너 나 할 것 없이 하루하루가 모두 처음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가 아닌 새로운 시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을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작품 중 하나다. 요즘 사람들은 로또를 원하거나 로또를 꿈꾸며 산다. 땀을 흘려 돈을 버는 시대는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전 주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은 집안의 가장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내 아이 이름으로 주식통장을 만들어 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학교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을때 아이는 '건물주' 가 되는것이라고 했다. 눈을 말똥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직장인이 되어 보는 것, 땀을 흘리며 일을 해 보는 것, 전공과 무관하지만 다른 어떤 일을 경험해 보는 것, 물론, 건물주가 되려면 건물을 사들이는 수고가 있겠지만 그것이 꿈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AI의 시대. 무엇이든 척척 해결되는 만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돈만 적당히 있으면 세상 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김초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보인다. 우리를 가만히 파헤쳐보면 누구 하나 온전한 삶이 없듯이 평범하면서 생생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다.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하던 일마저 뚝 끊겨버린 영화의 주인공 찬실이. 그의 현생은 '망했다' 로 시작된다 싶었지만 평생 일복만 터져서 살았던 찬실이에게 어떤 복이 주렁주렁 따라 올까. 영화제작의 프로듀서로 일에 파묻혀 살았던 찬실이는 우리들의 민낯처럼 정겹기만 하다. 요즘 사람인데 요즘 사람같지 않은 젊은이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조금만 머리를 쓰면 조금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 삶은 정답이 없듯이 나름의 경제활동으로 부를 누리든 적당하고 소박한 삶이든 각자의 선택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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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린 찬실이. 막막한 생계를 이어가고자 가사도우미를 시작한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윤여정 또는 장국영 역할을 하는 배우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로 환영의 이미지로 연출을 한다. 혼잣말처럼 자신을 다독이거나 마음을 다잡거나 환영인 듯 아닌 듯 착각을 하게 한다. 세상은 만만치 않은 무대 또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내가 부딪히는 만큼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영화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장국영 (김영민)


나를 대신하여 내 울음을 삼켜줘서 마음이 가는 영화였다. 우리의 부조리들이 속시원히 털려지니 좋았고 알전구를 사기 위해 힘차게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찬실이. 평범하지만 당찬 찬실이는 날마다 시작이고 날마다 아우성인 우리들 중의 하나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우선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그저 그런 일상이지만 그저 그런 일상이 거대한 것을 꿈 꾸게 하기 때문에 대충 살 수 없다는 것. 분노와 질투를 발산하며 꿈틀대는 욕망의 자본주의와 맞짱 뜨는 이야기다. 결국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살게 하고 나를 일으켜 세우지만 말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판타스틱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꿈 꾸는 찬실이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별 거 아닌 나를 돌아보다가 때 아닌 것을 발견하면서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복이라 생각하자. 이만한 복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세상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내가 나에게 질문하면서 내 한계를 뛰어넘어보자. 그래서 진짜 인생을 살아가면 더욱 좋겠고.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듯, 복도 다시 찾아 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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