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생기고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아파트 재활용품장에 내가 원하는 가구들이 척척 나오는 것이다.
수납장을 생각하면 수납장이 나와있고, 책꼿이가 필요하면 책꽃이가 새것으로 나와 있고
마법사가 마치 선물을 놓고 가는 듯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하얀 빈티지의 수납장과 책꼿이가 기가 막힌 찰나에 내 것이 되었다.
최소의 가구로 공간이 채워지고 딱 필요한 것만 두니 오히려 넓어보였다.
오늘은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방문한다. 이 곳에 오는 첫 손님인 셈이다.
오후 3시에 온다고 했는데 아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름 이곳이 번화가이다. 고작 세 곳이 입점을 했지만 말이다.
복도를 돌면 J영어공부방이 있고 뮤즈헤어살롱이 있고
조금 더 모퉁이를 돌면 노랑과 감청색의 '공간3호점' 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설렘을 주는 순간이 몇 번쯤 될까.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세상을 얻는 설렘이었다면
공간 3호점은 50을 훌쩍 넘긴 나에게 선물같은 설레임이다.
설레임은 스스로 만족이라 여겼을 때 비로소 생기는 감정이니까,
어릴적 퍽이나 가난했다. 방 한 칸에서 온 식구가 잠을 잤던 작은 집이었다.
서울 변두리의 시골 같은 동네, 그곳의 작은 예배당이 있었고,
예배당의 올겐 앞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며 음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페달을 밟았던,
그 공간이 참 좋았고 고요한밤 거룩한밤을 노래했던 공간이었다.
언제라도 놀러 나갈 공간이 생겼다. 누군가 물어보면 작업실에 간다고 말을 해야지.
변명거리가 없을때 둘러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애타게 찾던 여백처럼 말이다.
후다닥 공간을 채웠다. 테이블이 들어오고 책꼿이가 들어왔다.
책상이 들어오고 컴퓨터가 들어오고 책 몇 권을 꼿고
빨간 전기포트를 가져다 놓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컵을 가져다 놓고
이리저리 치이던 액자도 가져다 놓았다.
공간에 아이들이 모였다. 타샤, 수리, 우마르, 아말리아, 판지.
갓 구운 빵을 한 아름 들고 왔다. 커피를 내리고 맛있는 빵을 먹었다.
타샤는 스물셋의 아이인데 키가 크고 눈이 크고 건강한 체격을 가졌다.
수리는 작은 단아한 몸으로 히잡을 썼다. 활짝 활짝 잘 웃는 아이.
아말리아는 수줍은 듯 말이 없고 제일 언니라고 했다.
우마르는 작은 체구의 남자, 강단이 있어 보였고 예의바른 청년이다.
저의 이름은 판지 예요. 기억하기 어려우시면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를 생각하세요.
우리 모두는 웃었다. 판지는 체격이 제법 크고 살집도 있는 청년이다.
귤을 한 소쿠리와 팥빵 몇 개에 행복한 하루다.
딱 1년의 헤맸던 시간들이 보상을 받는듯 공간도 나도 채워짐을 느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노트북을 놓을 책상을 들였다 힘을 주어 나사를 조으고 다리를 끼워넣고
제법 사무실다운 작업실이 드디어 완성이 된 것이다.
공간다운 공간을 만들어졌다. 어쩌자고 새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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