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강변에 사람들이 걷는다.
공간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가을을 몰고 왔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보낸 사람들이 맞는 가을이다.
작은 공간을 오픈하고 아이들이 오고 가고 어른들이 모인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모여서 시를 이야기 하고 그림을 그리고
감정을 나누고 말이다. 오늘은 이토록 시끄러운 감정 이야기.
어른들이 더 신이 나 있다. 오늘의 감정을 표현해본다면
하루종일 변화무쌍한 표정들이 있다.
배가 고파서 찡그린 얼굴이 있는가 하면
위가 비워졌을때 느끼는 상쾌함의 표정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웃었다.
바깥에서는 둘둘씩 짝을 지어 강변으로 나가는 아이들이 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둘둘씩 손을 잡고 강변으로 나간다.
하나둘 셋. 선생님의 구령에 사진을 찍고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워 바깥을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짓는다.
공간을 돌아보며 올 한해 열심히 살았다.
it 회사를 그만두고 심란했던 지난해를 돌아본다.
어디에도 내 놓을수 없었던 경력과 이력을 들고 서류를 냈던
여기에도 저기이도 어중간한 나이에 실망하고 좌절했던 시간이었다.
공간 하나가 생기면서 활력을 찾고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곧 추석이다.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다.
함께 살 때는 몰랐는데 뿔뿔히 하나씩 집을 차지하고는
때가 되면 모이는 우리들은 가족이 맞는가보다.
이렇게 시월이 소리없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