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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May 28. 2023

즐기면서 하기

글쓰기 정체기를 다잡는 말 한마디

글쓰기 정체기가 왔다.

시작은 주말에 몸이 으슬 으슬 아픈 것부터였다.

일단은 몸을 추스르는 게 먼저라서 글도 그림도 잠시 멈추고 회복에만 힘을 썼다.

그렇게 잠시 펜을 놓으니 다시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뭔가 자극을 받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 강의를 하나 들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어째서인지 강의를 듣고 난 후에 글쓰기가 두려워진 것이다.

잘 쓴 글은 어떤 글인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요목조목 알려주는 강의였지만 내가 강의에서 알려주는 대로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서,

글자를 옮겨 적기가 힘들었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도 힘든 일이 계속돼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커져만 갔다.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내면으로 가라앉기만 한 채로 글자를 적을 힘이 들지 않았다.

아니, 책상에 앉지 조자 못하고 멍- 하게 몇 주를 보냈다.


다시 몇 자 적어봐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 배경은, ’그냥 즐기면서 해.’라는 친구의 말이었다.

왜 이렇게 조급해하냐며, 천천히 너의 페이스대로 하라는 이야기였다.

친구는 넌 지금 빌드업하는 단계라며,

천천히 느슨하게 해도 괜찮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완벽을 추구해서 무너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한 달 동안 매일매일 글쓰기를 성공한 이후로 나는 혼자 ‘이번에는 50일 동안 매일매일 글을 써야겠다.’ 고 다짐했는데 소재가 떨어졌고, 체력도 바닥났고, 살짝 귀찮기도 했다. 마침 몸이 좋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글을 쓰지 못하자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것이다.

나 혼자 추진한 ‘50일 동안 매일매일 글쓰기’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니까 이런저런 핑계로 포기한 것이다.


강의에서는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줬지만,

애초에 나는 글을 잘 쓰려고 기록을 하려던 것은 아닌데, (물론 잘 쓰면 좋겠지만) 왜 이렇게 잘 쓰는 것에 집중했던 것일까?

그냥 나 같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의 기쁜 일, 슬픈 일, 때로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좌절하기도 하는 일상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지나가는 누군가가 공감을 해준다면 좋을 일이요, 아니라면 나의 발자취를 기록하면서 혼자 즐겨도 좋을 일이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쓰고 공개하는 것이고,

더더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다.


글쓰기를 일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또 다른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영원히 퇴근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될 뿐이지 않을까.(지옥)


지금은 잘 쓰든 못 쓰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이니까.

나의 발자취이니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봐도 되지 않을까.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조금 더 나에게 너그러워져도 되지 않을까.

즐기면서, 재미있게 글도, 그림도 계속 이어가고 싶으니까.

회사에서 지친 마음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글과 그림으로 옮기면서 위안을 받고 싶으니까.

즐겁고 경쾌한 마음으로 계속해봐야겠다.


역시 털어놓길 잘했다.

타인의 지혜를 빌어 용기가 다시 생겼다.


좀 못하면 어때,

매일매일 못 하면 어때!

그래도 하는 게 어디야!

하고 뻔뻔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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