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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Jul 25. 2023

엄마가 없는 세상

그래도 살아가자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못하겠어.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도 죽을거야.”

갓 나온 찜닭을 앞에두고 주주는 말했다.

주주의 어머니께서는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를 받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사는 이유가 우리 엄마인데, 엄마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시무룩하게 주주가 계속 말했다.


주주에게 엄마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야, 남편은 어쩌고..? 너희 언니랑, 조카들이랑, 엉?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쩌고 그런 말을 하니?”

“아니야. 내가 죽으면 슬프겠지만, 다들 살아갈거야.”

“야, 어떻게 그렇게 말해? 그럼..그럼, 나는..!!”

애틋한 연인이라도 되는 마냥 내가 외쳤다.

“너도, 너도 잘 살거야.”


슬픔인지 섭섭함인지  모를 감정들이 북받쳐서 눈가가 시큰해졌다.

그만큼 엄마가 소중하다는 것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을 꾹 참고 찜닭을 휘적거렸다.


“야, 어머니는 괜찮으실거야.”

나는 더 할 말이 없어서 이렇게만 말했다.

주주는 끄덕였다.

절망을 앞에 둔 사람에게 절망하지 말라고 말해본들 들릴 리가 없었다.


한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한번도 죽음과 같은 먼 미래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주주의 입에서 나온 첫번째 죽음이 너무 낯설고 주주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놀랐다.

나는 주주의 삶이 항상 활력 넘치고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만 생각해왔다. 고난이 있어도 그 애는 잘 버텼고,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게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음에도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내가 그녀에게 살아갈 힘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슬펐다.


며칠 뒤 주주의 어머니는 수술을 받으셨고, 빠른 속도로 회복을 해내셨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빠른 치유는 처음이라며 의학적인 사례로 어머니 케이스를 활용해도 되는지 물어볼 정도라고 했다.


주주에게서 장문의 카톡이 왔다.

주주는 당연한 일상들이 무너졌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현재에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했던 얘기는 네가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엄마가 너무나도 큰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고, 섭섭해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완쾌를 하셔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소중함을 깨닫고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살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섭섭한 마음은 이미 휘발된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주주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에 큰 구멍이 생겨도 메꿔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추억들을 쌓고, 그로인해 또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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