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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Sep 03. 2023

타인의 열정

건강한 질투

한 달에 한 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싫은 사람, 싫은 상황에 대해서 몰입할 때가 많은데 잠시나마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을 하기 위해 이번 연도에 목표로 세운 나의 작은 결심이다.


이번에 만난 '코알라'씨는  예전 직장 동료로, 어쩌다 현재 다니는 회사와 같은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알라씨는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겨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녀와는 이전 직장에서 함께 스터디도 하고, 이직준비도 함께 했던 사이다. 몇 안 되는 나의 작은 인간관계 내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 TOP5를 꼽으라면 코알라씨가 꼭 포함될 것이다.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만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꺄~~~~ 피넛~~~~ 오랜만이야~~~~"

여전히 텐션 높은 코알라 씨가 돌고래 초음파 음역대에서 내 이름을 외쳐주었다. 코알라라는 느릿할 것 같은 이름과 다르게 실제 그녀는 날렵하고 빠른 이미지다.

"히히히, 오랜만이에요~ 코알라님~~~ 잘 지내셨어요~?"

그녀가 반겨주는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음역대를 높여 반가움을 표현했다.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여기 직원 할인 되니까! 오늘은 내가 쏜다!!"

이미 차 한잔을 하고 온 터라 많이 먹을 수 없을 테라 기어코 사양했지만 그녀는 샐러드와 파스타와 피자까지 고루 주문해 주었다.


배불러요…! 그..그마안..!


한상차림이 펼쳐진 테이블 앞에서 우리는 근황 토크를 이어갔다.

"난 요즘 스쿠버 다이빙에 빠졌어. 남편은 수상구조사 자격증까지 있는데, 나도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멀었지만 해보니까 재밌더라고. 나도 언젠간 자격증 따야지."

역시나 여전히 열심히 사는 그녀였다.


"일도 재밌어. 요즘엔 기획업무를 하고 있는데, 개발자들이랑 같이 얘기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요즘엔 내가 코드도 조금씩 보면서 개발자들 괴롭히는데 또 개발자들이 괴롭힘 당하는 걸 좋아한다니까~~ 오호호호!! 재밌어, 재밌어. 난 요즘 물 만난 고기야~!"

세상에. 나보다 연차가 높은 그녀였기에 아직도 일이 재밌다는 것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코알라씨는 최근에는 업무 관련된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며, 조금 더 먼 미래도 생각하고 있다고 청사진을 읊어주었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스쿠버 다이빙으로 길러진 체력일까?


회사 일이 점점 괴로워지는 타이밍이었기에... 고통으로 가득 찬 내 상황과 다른 다채로운 그녀의 일상이 부러웠다. 나도 코알라씨처럼 활기 넘치는 일상을 살고 싶다. 질투가 일었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 되는데.


괴로운 내 상황이 떠오르면서 주눅이 들기 시작하는 찰나,

"나 그 전 직장에서는 되게 힘들었잖아. 승진 시험 치를 때 애국가를 쓰라고 하질 않나, 뭐 하나 해보려고 하면 '해도 소용없다'는 식으로 말해서 의욕도 별로 안 생기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동료들은 예민하고.  그래도 지금 이직한 회사에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지. 역시 최악을 겪고 나니 어떤 상황이든 좋은 점을 찾게 되는 걸까. 후후후"

그녀에게도 언제나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전 직장에서도 열심히 직무 능력을 갈고닦아온 그녀. 자신과 핏이 맞는 현 직장을 만나 빛을 발한 것이다.

그래, 그녀는 쭉 열심히 살아왔던 것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코알라씨를 만나러 왔는지도 모른다. 꺼져가는 내 불씨를 다시 살려줄 사람. 건강한 질투를 일으키는 사람.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주는 사람. 어떤 환경에서든 긍정적인 면을 보고 도약하는 사람. 긍정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


잘 사는 코알라씨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다.

어두운 내 일상을 조금 더 밝혀줄 연료를 얻었다.

내 열정이 꺼져가고 있어도 타인의 불꽃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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