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놔요…
2년 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던 전세 살이.
월 지출 비용도 줄고,
집 컨디션도 좋아서,
친구들, 동료들도 자주 불러서 놀고,
퇴근길에는 빨리 집에 갈 생각에 좋았다.
이렇게 근사한 집에서 내가 내 힘으로 살아가고 있더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고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잘 지냈는데,
문제는 이사할 때에 발생했다.
이직 때문에 이사하게 되어서
전세 만기 몇 달 전에 미리 얘기를 했는데,
전세 매물도 잘 올라갔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것!
아무렴 내가 낸 돈인데 못 돌려줄까 싶었지만,
혹시 몰라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내보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나는 벙쪘다.
무슨 말이지?
내 돈인데… 내 명의로 빌린 전세 대출인데.. 그럼 은행에는 뭐라 말하고, 나는 다음 집을 구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전세를 들어온 시기보다 집값이 빠져서 당시 시세보다 전세가가 내렸는데,
집주인분이 당시 시세로 올려둬서 다른 집보다 가격이 비싸니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집주인이 작정하고 사기를 친 건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사기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데 내 돈을 못 돌려준다니,
도대체 이게 전세 사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세상이 날 억까하는 것 만 같았다.
전세 살까 월세 살까 꼼꼼히 따져보고 고민하고 비교했던 게 다 무색했다.
내가 똘똘하게 집을 잘 알아봤구나 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암흑과 좌절의 시기가 왔다.
전세에 대해서 나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