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사생각

그렇게 꼰대가 된다

널 위한다는 개소리

by 피넛

“악의가 없으셨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조금 힘들었어요..”


후배 냥냥씨가 다소 취기가 오른 채로 말했다.

나는 속으로 ‘악의라뇨. 저는 오히려 당신에게 호의를 갖고 있단 말이에요.’ 라고 외쳤지만, 변명이 될 것 같아 입 밖으로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냥냥씨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중에 보면 다 도움이 되는데, 처음 해보는거라 힘들더라구요.”


냥냥씨는 우리 팀에서 운영업무를 담당하러 온 동료로, IT 업계가 처음이라고 했다.

의욕적이고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일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다른부서와 회의가 있을 때 초대를 하기도 하고, 정책서나 기획서를 읽어보라고 공유해주기도 하고, 위키나 지라 사용법, 피그마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냥냥씨의 업무량에 대해 알고있는 상태였고 무리를 하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난 정말 악의라곤 1도 없었고, 밝고 열정이 넘치는 냥냥씨가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며 호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냥냥씨의 말을 곰곰히 곱씹고보니, 마냥 섭섭하고 억울해 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솔직하게 상황을 말해준 냥냥씨가 고마웠다.


내 생각이 전환된 것은 몇 달 전에 본 이 유튜브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G4Dc_m5MVA&feature=youtu.be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야” 라는 말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인정 받고 싶은 마음,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키고 유지시키기 위한 개소리라는 내용의 강의가 담긴 유튜브였다.


사실은 나도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그 상황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도 차장님이나 부장님, 팀장님이 ‘편하게 해~’, ‘시간 될 때 이것도 보세요.’ 하며 이런 저런 지식을 주입하려 하거나 (물론 감사한 마음도 들겠지만) ‘널 위해 하는 말이야’, ‘내가 해보니까 이런 방식이 좋더라’ 하며 말을 꺼내면 꼰대스럽게 느낄텐데,

왜 나 스스로가 그 꼰대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나는 꼰대다.


내가 상대를 위해 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나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나의 인정 욕구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꼰다라고 인정하니, 지식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상대방이 성장하고 더 나아가길 원해서 시작한 나의 행동들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 두 볼이 화끈해지는 기분이었다.


상대와의 속도를 생각하지 않고 나의 속도로 달려나간다면, 상대와의 거리는 더 멀어질 뿐일텐데… 어째서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일까.

인정하고 나니 조금 편한 마음이 되었다.


그래,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조금씩 고쳐나가면 된다.

조금 덜 꼰대가 되기 위한 연습을 시작해가자.


내가 정말 냥냥씨를 생각한다면 그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잡아줄 준비만 되어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조금 더 천천히 상대의 페이스를 살피며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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