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사생각

회사라는 광신 집단

잊지 말아야 할 0순위

by 피넛

회사 동료들과 티타임을 하면서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티타임 당시만 해도 아직까지 '나는 신이다'를 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요즘 기사도 많이 뜨고 어떤 내용인지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출근길에 넷플릭스를 켰다.


... 그리고 30초도 되지 않아 영상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적인 도입부를 끝까지 다 볼 자신도 없었거니와

이 영상을 본 채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찝찝하고 불편한 여운을 남길지, 그 감정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작 부분의 녹음만으로도 얼마나 경악스럽고 추악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퇴근 후 날을 잡고 전 편을 봤다.


전 편을 다 봤음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어째서 일류 대학에 다닐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 종교에 빠지는 것일까.

왜 부모가 자식을 저버리고 거짓된 교리에 순종하는 것일까.

무엇이 인생과 생명을 걸게 만드는 것일까.


친구 마늘이와도 '나는 신이다' 얘기를 했는데,

"다큐를 끝까지 봐도 나는 이해가 안 가더라."라고 내가 이야기하자 마늘이는,

"그거 이해되면 너도 그 종교에 빠지는 거지."라고 시니컬하게 말했다.

그 집단 안에 속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리라.


광적인 집단을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다니던 회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예의 사이비 종교에서 회사를 떠올리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만, 저는 모든 일을 회사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상기 종교의 피해자들이 당한 아픔과 슬픔을 모른 척하려는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피해자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그 회사에서 모든 직원을 움직이는 마법의 단어가 있었다.

바로, "고객"

'고객 만족', 'Good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에게 WOW 한 경험을 주자.', '고객에게 미쳐라'와 같은 말을 정말 많이 했었다.

종교로 따지면 ‘고객만족’이라는 교리를 따르는 집단인 셈이었다.

wow!



일반적인 회사들의 핵심가치가 회사 홈페이지를 꾸미는 말에 그쳤다면,

내가 다녔던 회사는 실제로 임직원들이 핵심가치를 외우듯 현실에서 사용하고,

현실로 옮기려는 시도들을 많이 했다.


카리스마적인 CEO 아래 대부분의 직원들이 회사에 헌신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게다가 나는 대식가다), 고객을 위해 일했다.(고 나는 믿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고객'을 외치고 야근을 했다.

모든 직원들이 다 다른 일을 했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같았다.


워라밸이 많이 무너진 상태에서 친구 중 한 명이 말했다.

"너, 월급 많이 받아야겠다. 생명 수당이 포함되어야 할 테니까."

그랬다. 나는 내 모든 것을 걸고 미친 듯이 일하고 있었다.


물론 해당 회사에서 배운 것도 많고 톡톡한 성과(고객 만족)도 있었다.

회사가 추구했던 '고객만족'이라는 목표 또한 회사가 가져야 할 본질이었고(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세상을 바꾸는 단어였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내 삶이 무너진 것.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끝없는 야근)이 내 몸과 마음을 닳게 만든 것이다.

지쳤어....



퇴사한 후에 생각해 보니, 내 삶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하지 않고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달렸던 것 같다.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회사는 영광을 얻었지만 나는 체력을 잃었다는 것을,

나와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밖에 나와서 보기 전까지는 그 집단 안에 속해 있는 사람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믿고 있는 신념과 그 방식에 대해서는 계속 의심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회고했어야 했다.

1순위는 나 자신이었는데 그 중요한 우선순위를 당시에는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고객에게 충성하되, 진짜 중요한 것은 나 자신.

마라톤을 100m 달리기처럼 질주해서는 장거리를 완주할 수 없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장기전으로 고객만족도 이어질 수 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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