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루.
마블 시리즈(정확히는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헐크라는 캐릭터가 있다.
감마선 사고로 인해 분노를 느끼면 초록색 괴물로 변하는 히어로 캐릭터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순간,
지구를 지키는 어벤저스 히어로 군단의 리더 격인 캡틴 아메리카가 말한다.
“지금은 화를 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어요.”
마음껏 화를 내고 그 분노에서 나오는 파괴력으로 외계인을 무찌르라는 것.
그러자 아직 인간이었던 브루스 배너 박사가,
“그게 내 비밀이에요. 전 언제나 화가 나 있거든요. “
하며 헐크로 변한다.
어벤저스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다.
오늘 이 영화가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팀원분과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누다가 상대방이 얘기한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건 어떻게 동작하는 거죠? 이해가 안 가네요. “라고 내가 말했다.
나는 평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정말 궁금했고 이해가 안 가서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라서…)
내 질문을 들은 상대방이,
“화났어요?” 하시는 거였다.
전혀 화가 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니요. 저 화 안 났어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라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 자체가 너무나도 화 난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이 대사를 하는 사람치고 화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지만, 나는 진짜 아니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아주 높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당황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웃고 있는 상대방.
날 놀린 모양이었나 보다.
휴, 하고 한시름 놓고 미팅은 종료되었다.
나는 이상한 부분에 집착하는 편이다 보니…’아무리 장난이었다 도는 해도 나의 말투에 화가 난 듯한 느낌이 드는가?‘ 하는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심해서 또 물어보지는 못함...)
위 상황에서는 정말 아무런 감정 없이 궁금한 것을 물어본 것이었지만,
요즘의 나는 조금 예민한 상태가 맞았던 것 같다.
쳐내도 쳐내도(나는 일을 ‘쳐낸다’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요즘엔 쳐낸다는 것 외에 내 상황을 설명하기 적절한 단어도 없는 것 같다…) 줄어들지 않는 일, 하루에 1~2시간, 많게는 3시간 정도 꾸준히 계속되는 야근, 대충 인스턴트나 외식으로 인한 식사 불균형, 운동량 제로, 나 자신에게 준 미션 등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버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몰아붙인 느낌이랄까…
최근에는 거의 매일같이 조급하고 예민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었었다.
매일매일 화가 나지만 인간 브루스 배너의 모습을 유지한 헐크처럼, 내가 헐크가 아닌 브루스 배너 박사처럼 평온하게 보일줄 알았는데, 제삼자에게는 영락없는 헐크였나 보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말투나 행동 등에서 화를 뿜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편이라 조금만 방심하면 큰 소리가 되니 주의했어야 했는데… 조금 큰 목소리였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아니요, 저 진짜 화 안 났고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보다 더 좋은 설득의 말을 생각해 내는 것도 좋겠다.
정말 화가 나지 않았어도,
마법처럼 저 대사를 읊는 순간 화 난 사람이 되니까.
화를 전혀 내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화가 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하니까.
하지만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내가 원하는 곳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외계인을 때려 부수는 헐크처럼 말이다.
아무 때나 화를 내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어벤저스 팀을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던 헐크가 되는 거고.
내일은 조금 더 침착해지 위해
스스로를 가라앉힐 수 있도록 반신욕을 했다.
이 반신욕의 힘으로 내일은 필요한 곳에서 화낼 수 있기를!
어제만큼 화가 나더라도 어제보단 덜 표출하도록.
내 마음부터 다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