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사생각

바오밥나무 씨앗을 뽑는 어린 왕자의 마음으로…

서비스 부채 관리하기

by 피넛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을 주는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어린 왕자의 생활 루틴 중에는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제거하는 일이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행성은 아주 작은데, 바오밥나무는 행성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에 다 자라나면 행성을 파괴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성이 품기에는 거대한 바오밥나무.

행성을 삼켜버린 바오밥나무


예전에 다니던 회사 중에 이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제때 제거하지 못해 힘들었던 회사가 있었다.


기획 담장자들이 자주 변경되다 보니 정책의 히스토리가 잘 남아있지 않아 발품 손품을 많이 팔았던 기억이 난다.

기획 업무뿐만 아니라 개발사에서도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DB에는 유사한 필드명이 너무 많아 무엇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외주 개발사의 교체가 잦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계속 더하고 덧대면서 구멍을 메꾸면서 서비스를 꾸려왔을 것이다.


IT회사를 다니다 보면 ‘기술부채(technical debt)’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개발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빚이 된다.

설날이나 추석 때마다 은행 같은 서비스에서 ‘차세대’ 나 ‘2.0’을 한다고 며칠씩 문을 닫는 것 또한 너무 많이 쌓여버린 기술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새롭게 개발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만드는 게 빠르겠어요… )


‘정책 부채’나 ‘서비스 부채’ 같은 말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개발자들이 ‘기술 부채’를 신경 써야 하듯, 기획자들도 ‘정책 부채’를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히스토리를 남겨두지 않으면,

이렇게 정했던 이유를 모르면,

A를 B로 수정했다가 다시 A로 원복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아아, A로 한 이유가 있었네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부채가 따르고,

관리가 따른다.


제때 뽑아주지 않으면 서비스를 파괴해 버릴 수도 있는 부채가 마치 바오밥나무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네 개의 회사를 다니면서 기술부채나 정책부채가 없는 회사는 없었다. (정도의 차이지 어느 회사에서나 부채는 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고 지금은 아닌 것이겠지…)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있다 보니 모든 부채를 해결할 수는 없다(개인의 삶에서도 대출이 없을 수 없듯….)


현실의 우리는 어린 왕자처럼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니,

그저 더 크게 자라지 않도록 제초제를 뿌려주도록 하자.


제초제를 뿌려주자(이미 늦었….다고 포기 말자…)



현실의 제초제는 ‘기록’이다.

왜 이런 결정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설계했는지…

후대의 직장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히스토리를 남겨주는 것.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바오밥나무가 행성을 파괴할 수 없도록 하자.

지금은 시간 낭비 같아 보일 수 있어도,

언젠가는 필요해지는 시기가 온다.


조선왕조실록을 남기는 사관처럼 묵묵히 현실을 기록하자.

기록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하자.

그래서 미래의 인간들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고 더 잘 가꿔나갈 수 있도록 하자.

매일매일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뽑는 어린 왕자의 마음으로 부채를 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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