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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 Apr 01. 2023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브런치 게시글을 발행했다.

시작할 용기

누가 그랬던가.

3월부터 입학 시즌이니까 진짜 새 해의 시작은 3월부터라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3월부터가 진짜니까(?) 뭐라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매일매일 브런치 글쓰기를 했다.


브런치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한 달 동안 매일매일 글쓰기.’였다.

이 목표는 내가 몇 년 전부터 써먹고 있는 나만의 기준이다.


나는 글쓰기 말고도 그림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에 일상툰을 그려 게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일상툰을 그려서 올린 지는 벌써 2년이 넘었다.


인스타툰을 처음 올릴 때도 처음 한 달은 매일매일 그림을 그렸다.

아이디어가 넘쳐서 퇴근 시간 즈음이 되면 발을 동동 구르며 후다닥 집으로 가서 그림을 그릴 때도 있었고, 가끔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소재를 짜내서 고통스럽게 그림을 그린 날도 있다.

누가 정한 건 아니지만 나만의 마감기간을 지키느라 한 달 동안 힘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을 그려보니, 힘들기는 해도 너무 재밌었다. 회사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는 것도 즐겁고, 동료들과의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대화거리도 많아지고, 회사 일이 만화를 그리기 위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니 훨씬 더 일이 즐거워졌다.


처음 그 한 달을 시작으로 2년이 넘게 나름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

그 한 달의 시간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좋은 경험이었고,

용기가 되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한 달 동안 꾸준히 해보는 것부터 스타트를 끊고 있다.


한 달 동안 글쓰기도 역시나 고통과 행복이 섞여있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이야 비슷비슷할지 언데,

어떻게 매일매일 소재가 있을까.

가끔은 인스타그램용 만화를 재탕하기도 했다(치팅). 그래도 브런치에 올릴 때에는 나름의 감상을 조금 더 보태면서 양심의 가책을 줄이려고 했다.


치팅을 하는 날도 있지만,

최대한 그날그날 느낀 나의 감정들을 글자로 옮겨보려고 노력을 했다.


물론 3월 초에 다짐했던 운동은 아직도 안 하고 있고,

(심지어 엎드려서 핸드폰으로 적느라 허리가 아프다…)

조금 더 성숙한 직장인, 리더십 있는 회사원, 진짜 어른이 되고자 했지만 과거에 비해 딱히 더 나아진 사람이 된 것 같지는 않다.


허리가 아작나는 글쓰기


그래도 조금은 변명을 해보자면…

격렬한 운동은 안 했어도 한 달 동안 30만보를 걸었고,

성숙한 인간은 못 되었어도 (장이나 술을 담글 때 오랜 기간 숙성을 필요로 하듯 성숙까진 아니어도) 숙성 정도는 진행 중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릴 때는 일기를 자주 쓰곤 했는데,

열심히 일기를 쓰다가 현타가 온 적이 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이야기를 내가 왜 매일 쓰고 있는 거지..? 하고.

(아마 습관적으로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이 그린 직장인툰을 보다가 ‘내 이야기를 남기는 것은 나 자신을 회고하기 위함’이라는 맥락의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일기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회고록이란 것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공감을 하면 좋고,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없더라도 나의 기억과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다 보면 나도 조금 더 줏대 있는 인간, 다정한 인간, 인간다운 인간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공개적으로 오픈한 글이니까 이왕이면 많은 분들에게 피드백받고 더 성장하고 싶기도 하고…ㅎㅎ 글이나 그림을 그리면서 타인의 무관심을 원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은 초연하려고 노력하지만 자꾸 좋아요 수를 보게 되니 아직 줏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정진하자.)


만화를 좋아해서 직접 만화를 그리고,

책 읽기를 좋아해서 직접 글을 쓴다.

덕질의 끝은 창작이라던데, 어쩌면 나도 끝판왕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 달간 매일 글쓰기에 성공했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어쨌든 해냈다!

자신감이 생겼다.

내용은 차치하고, 목표를 달성했으니까!

조금 더 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잘 전달하고 싶다.

더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끓어오른다.


시작하자마자 잘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려운 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한 지금, 나는 용기로 꽉 찼다.

이제야 나는 첫걸음을 뗐다.

좋은 취미 하나가 더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4월에도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글을 쓰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완급을 조절해가지 않을까 싶다. 아직 고민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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