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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Jun 02. 2023

김포 아라마린 페스티벌 -VIP석
이벤트당첨과 공연후기

불효자랑-2

두 번째 추가 당첨된 사례입니다.

발표 예정일 아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며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문자가 왔습니다. 발신번호 031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 직감하긴 했습니다. 역시나 당첨안내 문자를 확인하고는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생각지도 않은 추가 당첨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속으로 너무나 난감했습니다. 추가당첨안내 문자를 받고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포시청 관계자분이 추가당첨을 알리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사실 오전에 당첨안내 문자를 받았다고 말씀드렸고, 지금 생각지도 못했는데 다시 당첨안내문자가 왔노라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너무 궁금하여 둘 중 어떤 사연이 먼저 당첨이 되었는지 여쭤봤는데, 아빠 사연이 첫 당첨된 것이고 엄마사연이 추가로 당첨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확인해 보고 연락을 다시 주시겠다고 하신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후 남자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워낙에 사연이 많이 접수가 되어서 추가로 한 줄을 더 만들었다고 하시며, 아깝지만 두 번째 당첨은 다른 분께 좌석을 양보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했습니다.


지금부터 추가로 당첨된 두 번째 엄마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할 게 없어서 불효 자랑을? >   

 

처음 이벤트 공지를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눈물을 흘리면 당첨이라고 하더라고요. 가만히 지난날들을 떠올려보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크게 불효를 했던 적이 있을까 잠깐 의아해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이까지도 마음에 걸렸던 일 하나가 생각 났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저는 늦둥이 막내딸입니다. 

제 기억에는 엄마 아빠의 젊었던 시절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나이에서는 아빠는 늘 흰머리셨고,  엄마라고 크게 젊은 모습을 하고 있으시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늦은 나이에 재혼하셨고, 물론 각자 슬하에 자식도 있었지만, 적지 않으신 나이임에도 엄마는 아들을 낳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낳은 첫 번째 자식이 딸이었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시며 낳은 막내가 바로 저, 또 딸이었답니다. 

어렸을 때는 


“니가 아들이었어야 했는데.” 


이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습니다. 

엄마는 늦은 출산과 고된 농사일로 원래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이셨고, 저는 나이 많은 엄마 때문에 학창 시절 내내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습니다. 농사일로 검게 탄 얼굴과 작고 깡마른 체격, 그리고 살짝 촌스럽기까지 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때문에, 학교에 온 엄마를 본 친구들이 매번 할머니냐고 물었고, 저는 그 소리가 지긋지긋하게 싫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뒤에서 부를까 봐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고, 한 번은 정말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척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날, 엄마가 이렇게 묻더군요.

      

“너는 엄마가 창피하니?”      


저는 그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기도, 또 아니라고 하기도 어린 저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날 엄마는 집에 와서 한동안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셨습니다.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과 어린 딸을 부끄럽게 했다는 미안함이 섞인 야릇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정말 못된 딸 맞지요?     

그런데, 할머니냐는 소리는 요즘에도 종종 듣긴 합니다. 그럴 때면 일부러

 “엄마”

라고 크게 부릅니다. 마치 철부지 어렸을 때 마음 아프게 했던 것을 사죄하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엄마를 모시고 언니네 가족이랑 펜션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엄마가 이런데 처음 와 본다고 하시는 순간, 여든이 넘으신 엄마랑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여행을 올 수 있을까 싶어 후회되었습니다.      


그날밤 


12시쯤 잠자리에 들었다가 휴대폰 알림음에 잠깐 잠이 깨었을 때입니다. 엄마랑 둘이 한 방에서 잤는데, 잠결에 얼핏 엄마가 일어나서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때가 아마 새벽 5시쯤 되었을 것입니다.      

부쩍 잠이 없어진 엄마는, 혹시라도 잠자는 막내딸이 깰까 싶어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일어나려고 하던 순간 엄마가 제 손을 살짝 잡았습니다. 그러고는 한번 쓱~쓰다듬었습니다. 저는 그냥 그대로 잠자는 척했습니다. 살갑지 않은 막내딸의 손을 한 번 잡아보고 싶었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직업상 키보드와 마우스, 펜 태블릿 사용이 많아서 항상 오른쪽 손목이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엄마가 그걸 기억하고는 그 새벽에 제 손목을 가만히 주무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고된 농사일을 하시느라 손가락 마디마디가 휘어지고 갈라져서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데도, 그저 손목 아프다고 투정 부리는 막내딸을 위해 깜깜한 방 안에서 그러고 계셨던 것입니다. 차마 손을 빼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려니 뼈만 남은 앙상한 손가락 마디마디를 통해 엄마 손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주무르는 손을 멈추고서야 저는 잠이 깬 척 일어났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엄마는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순간 예전에 아빠 살아계실 때, 엄마가 가요무대 같은 음악프로를 좋아했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아빠는 생전에 [봉선화 연정]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말없이 음원사이트에 접속해서 얼마 전 [불타는 트롯맨]에서 [춘길/민수현] 님이 부른 [봉선화연정] 노래를 들려드렸습니다. 엄마는 전주가 나오자마자 반짝이는 눈을 하고는 제 쪽으로 몸을 돌리셨습니다. 손가락을 까딱까딱하시며 미소를 띠는 모습을 보니 진작 들려드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소를 띤 엄마 옆에서 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생각에 주르륵 눈물이 흘렀습니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살짝 고개를 돌려 반대쪽으로 눈물을 흘려보냈습니다.      






떠나기 전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셀카를 찍자고 했습니다. 엄마는 머리 염색을 못 했다고 하시며 소녀처럼 부끄러운 듯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찍고 보니 엄마랑 둘이 찍은 사진이 그게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찍었을 수도 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부모님들은 자식이 다 자란 성인이라고 해도 항상 그 자식이 궁금하고 걱정이 되나 봅니다. 다음에는 짝사랑하는 사람 몰래 스킨십 하듯이 막내딸 손 만지지 않게, 먼저 가서 손목 아프다고 좀 만져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마 좋아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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