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래
이집트 다합에서 풋살경기가 열렸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10시에 와이프를 혼자 두고 두근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숙소에서 출발했다. 한때는 매주 풋살을 했었고 지금도 꿈이 축구선수인 나는 너무 골을 많이 넣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둘씩 한국팀 멤버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막 군대를 전역한 친구 둘과 축구화를 가지고 세계여행 중인 친구 둘이었다. 우리는 진지했다.
슈퍼마켓 사장님의 트럭뒤에 타고 인근 풋살장으로 갔다. 조명까지 완비된 인조잔디 구장이었다.
이미 하고 있는 팀이 있었는데 조금 큰 소리가 나는 듯하더니 먼저 하고 있던 사람들이 엄청 투덜거리며 경기를 끝냈다. 다 내보내고 드디어 잔디를 밟았다.
‘자 쫄지마 쫄지마!!! ’
잠깐 몸을 풀어보고 알 수 있었다. 우리 팀은 강하다!!
우리 팀에 한국인 한 명이 더 합류해서 6명이 되었고 경기는 5대 5로 진행하기로 했다.
홈팀은 기세가 대단했다. 아까 낮에 쥬스가게에서 망고 쥬스 만들어주던 친구도 상대팀에서 맨발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나도 아까 기념품 샵에서 약간 짧은 것 같은 나이키 스우쉬가 새겨진 양말을 사서 신었기에 간만의 복귀전임에도 자신이 있었다.
“좋아! 서로 소통하고! 패스위주로!”
삑!!
마침내 휘슬이 울렸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밤 10시가 넘어서 시작된 경기는 뜨거웠다. ‘앗 뜨거워’
10대 0까지는 카운트를 했는데 더는 의미가 없을 거 같아서 세지 않았다. 이런 표현 어떨지 모르겠는데…
발렸다.
역시 살라가 아직도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인 이유가 있었다. 잘한다. 경기시작 전에 팀 쏘니 대 팀 살라라고 생각만 하고 말을 꺼내지 않은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칭찬했다. 쏘니에게 엄청 미안할 뻔했는데 다행이었다. 상대팀 에이스인 슈퍼마켓 사장님 조카가 말했다.
“팀을 좀 섞을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자존심 비굴함 굴욕
처참함 창피함 미안함
나 하나쯤이야 니들이 그렇게 잘났어??
이런 말들이 떠올랐다. 과연 너희들이 대한민국의 풋살장에서 12월 24일 밤에 영하의 날씨에서 우리와 다시 붙는다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특히 맨발은 엄청 추울걸?
그렇게 팀을 섞어서 재밌게 공 차고 12시를 넘긴 크리스마스 당일에 경기를 마쳤다. 이후 나는 이틀 동안 허벅지에 자꾸 경련이 일어나 다이빙 수업도 못 가고 손흥민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