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도착
에콰도르를 마지막으로 남미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했다. 돼지와 함께 수영할 수 있는 파나마와 화산투어를 할 수 있는 과테말라 등 꼭 가보고 싶었던 중미의 나라들과 멕시코는 다음 세계여행으로 미뤘다.
우리 부부는 8년 전 신혼여행으로 미국 LA와 멕시코 칸쿤을 가본 적이 있다. 재방문에 큰 의미를 두고 칸쿤만이라도 다시 가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에 포기하게 되었다. 그래도 멕시코 시티를 경유하는 비행 편이어서 공항밖에 잠시 나가 길거리 타코만 사 먹고 다시 공항으로 들어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리스카를 수령하기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미국횡단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계에는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너무 많았다. 횡단의 꿈을 접어야 해서 아쉬웠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동남아시아부터 인도와 중동을 지나 아프리카를 여행했고, 남미를 돌아보고 미국에 도착했다. 더 이상 우리가 살아가는데 당연히 여겼던, 필요한 것들에 대해 불편함 없는 사용이 가능했다. 미국 여행부터는 여행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일단 어느 곳을 가도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쉬웠고 전기나 수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정보가 넘쳐나고 잘 정리되어 있었고 그만큼 선택지가 늘어났다. 앞으로의 미국여행과 유럽여행이 더욱 기대되었다.
미국여행은 여러 편으로 나누어 글을 쓸 예정이다. 더 오랜 기간 여행한 나라도 한편으로 끝냈지만 미국은 도시마다 워낙 많은 경험을 해서 한 번에 담기가 불가능하다.
뜨거웠던 2024년 7월, 이 정도는 돼야지 그랜드라는 말을 붙일 수 있구나를 느끼며 여행했던 미국에서의 31박 32일간의 여행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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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및 일정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답게 이동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로 IN 해서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라스베이거스 (Las Vegas)를 여행하고 캠핑카를 빌려서 미서부의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이라 불리는 루트를 따라서 국립공원들을 한 바퀴 돌았다. 이후에 비행기를 타고 미동부의 뉴욕으로 넘어가서 10일 동안 여행하고 마지막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아웃했다.
어릴 적 동네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어서 우리의 국제 운전면허증을 그 친구집으로 택배 보내 놓은 상황이었다. 유효기간 1년이 지나버린 국제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부터 일정을 시작해야만 했다. 참고로 국제운전면허증은 인터넷으로 발급이 가능해서 한국 부모님 댁으로 수령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고 LA로 갈 때부터 렌터카를 빌렸다. 이후 LA일정을 소화한 다음에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여행한 후 렌터카를 반납하고 바로 예약해 둔 캠핑카를 수령했다. 이번 글은 캠핑카 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미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10일 동안 여행한 기록이다.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미국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그동안의 여행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물가가 몸소 느껴졌다.
그동안 여행을 하며 80프로 이상을 취사가 가능한 에어비엔비에서 머물렀고 나머지 19프로 정도는 호텔에서 숙박했다. 딱 한번 브루나이에서 호스텔에 숙박을 한 경험이 있다. 우리의 숙소 기준은 벌레가 없는 깨끗함이 첫째였고 독립된 주방과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숙소는 오래된 호스텔이었다. 침대가 두 개 놓인 작은 방하나에 화장실은 단독이었지만 주방은 공용이었다. 오래된 철제침대는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렸고 매트리스는 스프링이 다 느껴졌다. 그런데 1박에 이십만 원이었다. 돌아다니기 좋은 시내에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나 갑자기 치솟은 체감물가에 어안이 벙벙했다.
밤에는 걸어 다니는 외출을 자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몇 년간 펜타닐 중독자, 홈리스, 약물 관련 사망자 증가로 사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 숙소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위치한 유니온 스퀘어 인근이었다. 대표적인 쇼핑 관광지구인데 1층에 공실이 너무 많았다. 대낮에 숙소 주변에서도 우리에게 시비를 거는 노숙자들도 만났고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환경에 도시가 제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골든게이트 브릿지 (Golden Gate Bridge)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일정은 택시를 타고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문교라 부르는데, 상징성과 건축적 아름다움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중 하나이다. 총 길이 약 2.7km, 폭 27m의 다리가 1937년에 현수교 (주탑에 케이블이 연결된 구조) 방식으로 세워졌다. 당시 기술로는 엄청난 도전이었고, 강한 해풍과 조류, 짙은 안개 등 자연조건도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다리이다.
영화에서만 보던 금문교를 보고 있으니 진짜 미국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많은 관광객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감상을 했다. 관광안내소에서 조금만 걸어올라 가면 금문교설치 당시 사진들과 도면, 모형 등을 전시해 놓았다.
무인택시 웨이모 (Waymo)
우리가 미국에 들어온 2024년 6월 26일 하루전날 6월 25일 부로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일반인도 Waymo One 앱으로 무인택시 호출 가능해졌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웨이트리스트로 승인받은 사람만 이용 가능했지만, 이제는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었다고 한다.
당장 앱을 설치하고 골든게이트브릿지에서 웨이모를 불렀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택시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피어 39까지 약 20분 동안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다.
운행 차량은 전기차이며 24시간 운영된다.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와 비용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특별한 투어라고 생각하고 세네 번 이용했는데 승차감도 괜찮고 안정적이었다.
피어 39 (Pier 39)
무인택시 웨이모를 타고 도착한 피어 39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해안 관광지이다.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마치 작은 놀이공원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클램차우더를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여행자라면 꼭 맛봐야 한다는 사워도우(Sourdough) 빵 안에 담긴 클램차우더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빵에 따끈한 조개 수프가 담겨 있는 음식이다. 예상했던 맛이긴 한데 샌프란시스코 바다 앞 레스토랑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먹은 클램차우더는 특별했다.
피어 39가 유명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다사자를 볼 수 있어서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갈라파고스에서 많이 보고 와서 바다사자를 못 본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덜하긴 했지만 상상했던 풍경에서 하나가 빠진 것 같아 아쉬웠다.
케이블카 (Cable Car)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이 많은 독특한 지형 때문에 도보 이동이 어려워 케이블카가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중으로 다니는 케이블카와는 다르게 지상에서 운행하는 트램 같았다. 샌프란시스코 언덕을 가로지르며 아름다운 바다 전망을 제공하는 가장 인기 있는 Powell-Hyde Line 루트의 종점이 기라델리 스퀘어(Ghirardelli Square) 앞에 있어서 타보기로 했다.
급경사의 언덕을 지나다니던 마차가 말과 함께 구르는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케이블카 시스템을 고안하여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스템 중 하나라고 한다.
줄이 꽤 길어서 삼십 분 정도 기다렸던 거 같다. 운 좋게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클래식한 수동 케이블카의 덜컹거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롬바드 스트리트 (Lombard St.)
케이블카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인 롬바드 스트리트 (Lombard Street)에 도착했다. 총 8개의 헤어핀 커브가 있는 짧은 내리막 도로인데 광고나 영화에 많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갔던 6월 말에는 수국이 잔뜩 피어있어서 더 눈이 즐거웠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Yosemite National Park)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른 새벽,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당일치기라 일정은 빠듯했지만,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과 점점 높아지는 고도를 따라 기대감도 함께 올라갔다.
버스는 약 4시간 반을 달려 요세미티 밸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처음 마주한 풍경은 엄청 키가 큰 나무들 사이로 언뜻 보이는 수직 절벽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나무들과 사진으로만 보던 그 거대한 바위산이 실제 눈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 산악인들의 성지라고 하는데,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 싶었다.
미국의 제목이 된 “더 그랜드”도 처음 요세미티국립공원을 투어하고 나서 내가 그동안 여행했던 나라들 자연환경의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미서부의 국립공원들을 캠핑여행하면서 그 웅장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안개처럼 부드러운 물줄기로 유명한 폭포 브라이들베일 폭포(Bridalveil Fall)를 잠깐 구경하고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에 왔다. 우리가 갔던 6월 말은 폭포 수량이 많아서 볼만했다. 북미지역에서 가장 높은 폭포라고 한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폭포 밑에 위치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관리하는 사람도 안 보이고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어서 구경만 했는데 출입금지 표지판이 없는 곳은 가능하다고 한다.
옐로우스톤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된 요세미티는 서울의 약 다섯 배나 되는 면적으로 당일치기로는 요세미티국립공원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일박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국립공원 내 숙박시설이 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몇 달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다.
폭포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먹고 자유시간을 즐기다가 오후 네시쯤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다. 다음번 방문 때는 꼭 숙박을 하면서 일출과 일몰도 보고, 하이킹도 즐기기로 했다. 정말 압도적인 자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모마 (SFMOMA)
우유니 사막도 가고 마추픽추도 가고 바다사자랑 수영도 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건축투어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SFMOMA)은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설계했다. 적벽돌을 즐겨 쓰는 건축가로 우리나라 강남의 교보타워를 설계한 건축가이다.
내부 전시까지는 큰 관심이 없어서 로비공간에 마련된 빈백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2층 로비도 접근할 수 있는지 올라갔는데 운 좋게도 오늘은 무료입장이 가능한 날이었다.
위로 올라가니 바깥으로 통하는 테라스공간이 있었다. 독특한 유선형 외피를 눈여겨봤었는데 기존 마리오보타의 건물에 2016년이 새롭게 증축을 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바다와 안개, 구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마침 쿠사마 (Yayoi Kusama) 전시가 열리고 있어 2분의 제한시간이 있던 무한거울방 (Infinite Mirror Rooms)도 구경하고 호박도 구경했다.
우리는 항상 전시보다 실내공간이나 동선계획, 인테리어를 눈에 담는데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부부가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것은 여행과 삶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밑에서 천장을 바라봤을 때 보이던 다리에 왔다. 5층에 위치한 오큘러스 브리지는 One‑way Colour Tunnel이라는 작품으로 시각과 감각을 깨우는 설치작품이라고 한다. 아치형 터널 내부, 삼각형의 컬러 글라스·아크릴 패널을 빽빽이 배치되어 있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져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오라클 파크(Oracle Park)
샌프란시스코 스케줄 중 가장 기대했던 오라클파크에 왔다.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으로 외야석 뒤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어렸을 적 친구랑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가방 반입이 안되는 걸 모르고 갔다가 구장 뒤편에 유료락커가 있다고 해서 맡기러 가는 길에 TV에서 보던 카약들을 만났다. 장외홈런을 쳐서 타구가 바다에 빠지면 그 공을 줍기 위한 오라클파크만의 명물이다.
이날은 지구 라이벌 LA다저스와의 경기가 있었다. 1층의 공식샵에서 이정후 유니폼을 사서 입고 응원을 하니 뭔가 뿌듯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정후가 부상으로 시즌이웃 되었던 상황이어서 상대편인 오타니 유니폼을 살까도 망설였지만 세계여행을 하며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많이 끓어오르던 때라 비싸긴 했지만 230달러짜리 이정후 유니폼을 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야구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오타니 홈런도 직관하면서 첫 미국프로야구 관람을 마쳤다. 8년 전 신혼여행 때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와이프가 혼자 다녀오라는 말에 다저스 소속이었던 류현진을 못 봐서 한이 맺혔었다. 비록 이정후는 없었지만 미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으로 꼽히는 오라클파크에서 오타니 홈런도 직관을 해서 오랜 한이 풀렸다.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야구장을 같이 있던 친구가 스탠퍼드 대학 연구소에 다니고 있어서 캠퍼스 구경을 시켜준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봤더니 스탠퍼드는 약 60km 떨어져 있는 팔로알토라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차로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리고 대중교통을 타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위치한 대학교답게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낸 세계최고의 명문대중 하나인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나이키 창립자 필 나이트, 엔비디아의 젠슨황처럼 유명인들의 기부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았서 신기했다.
진품이라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도 보고 캠퍼스 중앙에 있는 메모리얼 교회 (Memorial Church) 도 구경했다. 높이 87m로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후버 타워 (Hoover Tower)에 올라가 캠퍼스 전경도 봤는데 극히 일부였다.
서울 강남의 면적이 약 39.5제곱킬로미터인데 스탠퍼드 대학교 캠퍼스의 면적은 약 33제곱킬로미터라고 한다. 잠깐 구경하고 늦지 않게 LA로 출발하려 했는데 규모가 상상이상이었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교내 식당에서 밥까지 배불리 먹고 LA로 향했다.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미국 LA는 8년 전 신혼여행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그때는 LA여행 후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차를 빌려 그랜드캐년까지 다녀오는 코스였다. 할리우드 거리나 라라랜드의 천문대, 게티센터 등 잘 알려진 관광지들은 지난번 여행 때 한번 경험을 해서 이번엔 가보지 않은 곳 위주로 계획을 했다.
더 라스트 북스토어 (The Last Bookstore)
미국 건축대학에 유학 중인 와이프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구경하고 LA에서 유명한 책방을 구경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책은 죽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철학으로 중고책을 온라인으로 팔던 서점을 키워서 지금은 25만 권의 책이 있는 서점이 되었다고 한다.
디즈니랜드 (Disneyland)
세계 최초의 디즈니랜드인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를 가보기로 했다. 차를 끌고 한 시간을 달려 9시가 되기 전 도착했다. 마블 광팬이었던 나와 디즈니를 어려서부터 즐겨본 와이프는 예전에 중국 상하이에 있는 디즈니랜드에서 너무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미국 본토의 디즈니랜드가 더 기대됐다.
평일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입장 시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디즈니랜드 리조트는 두 개의 테마파크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Disney California Adventure)에 먼저 들어갔다. 2001년에 개장한 좀 더 현대적이고 픽사, 마블 중심의 컨셉이었다. 우리나라 놀이공원처럼 어플에 표를 등록하고 어트랙션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대기시간도 알려줘서 잘만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어벤저스 건물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아이언맨과 짧은 인사 후 가장 인기가 많은 어트랙션중 하나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갔다. 상하로 움직이는 리프트형식인데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엄청 다이나믹해서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
표정에서 알 수 있듯이 휴식이 필요했다. 어트랙션을 예약해 놓고 리조트 곳곳을 돌아다녔다.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불꽃놀이하는 것이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데 밤 9시가 넘어 진행되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하면서 놀아야 한다.
점심을 먹고 몇 개의 어트랙션을 더 타고 디즈니랜드 파크 (Disneyland Park)로 넘어갔다. 1955년에 개장한 월트 디즈니가 직접 만든 유일한 디즈니랜드이다. 클래식한 디즈니 캐릭터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테마파크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빠져들게 했다.
놀이공원의 꽃인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디즈니의 유명한 캐릭터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데 여유 있게 보려면 그늘을 찾아서 보는 걸 추천한다. 왜 반대편에만 사람들이 많은지 의아했는데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에 자리를 잡은 거였다.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포토스팟중 하나인 월트 디즈니 동상이 서있는 곳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단독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했다.
디즈니랜드 파크에도 재밌는 어트랙션들이 있었다. 스타워즈를 보지 않아 내용을 몰랐던 나조차도 빠져들 만큼 실감 나는 연출과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었던 스타워즈어트랙션은 정말 추천한다.
환상적인 불꽃놀이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디즈니랜드 파크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어플의 안내와 다르게 예정시간이 지나도 불꽃놀이는 시작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실 LA에서 디즈니랜드 일정은 워낙 넓고 볼 것도 많고 탈것도 많아서 하루종일로도 모자라다. 그래서 LA를 또 여행한다면 자연스레 일정에 또 추가될 것 같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Walt Disney Concert Hall)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작품으로는 청담동 루이뷔통 건물이 있다. 콘서트를 보러 온 게 아니라 건물만 보러 온 거라서 내부를 자세히 관람하지 못하고 로비와 외부공간만 구경했는데도 많이 인상 깊었다.
프랭크 게리 특유의 유선형 매스에 금속패널로 외부 마감을 한 LA 필하모닉의 본거지이다. 홀의 내부 음향공간설계도 뛰어나다고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공연도 감상하면서 내부 콘서트 홀도 느껴보고 싶다.
이후 유럽 스페인 빌바오에서도 프랭크게리가 설계한 건축물을 보러 갔었는데 프랭크 게리 건물은 하늘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들이 유선형의 곡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더 브로드 미술관 (The Broad)
더 브로드 미술관은 월트 디즈니 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이다. 뉴욕의 명물 하이라인 파크를 설계한 건축가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 (Diller Scofidio + Renfro)가 설계했다. 벌집모양의 하얀색 외피가 눈이 띄는 건물이다.
외피는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자연광을 확산시켜 실내에 부드럽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유물이나 골동품 위주의 전시를 주로 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갔었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미술관 방문은 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산타모니카 해변 (Santa Monica Beach)
LA에서 마지막 일정으로 산타모니카 해변을 찾았다. 신혼여행 때 여기 와서 노을을 보고 저녁도 먹었었는데 신선한 바람과 적당한 온도가 기억에 남아있는 곳이다.
기억을 되살려 8년 전 저녁을 먹었던 부바검프에 갔다. 해산물 전문 식당인데 여전히 맛있었다. 산타모니카 초입에 위치하고 있어 항상 대기줄이 있어서 예약부터 하고 피어를 구경하는 걸 추천한다.
세계여행을 하기 전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풍부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도시경관을 구경하는데 필요한 관광인프라와 기반시설들이 이렇게 잘 갖춰진 나라는 찾기 힘들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가 원래대로 멕시코 땅이었다면 또 다른 분위기였을 거 같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하루에 한 두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일정이었는데 값비싼 물가로 인해 엄청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이제 대도시를 벗어나 미서부 국립공원들을 돌아보는 캠핑여행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