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도 빛을 잃지 않는 생명력의 확인

- 박완서 타계 10주기 기념 작품집을 읽고

by 밤과 꿈

금년은 박완서 선생의 10주기가 되는 해다. 박완서 선생은 1970년에 40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한 이후 나이를 잊게 하는 지치지 않는 창작열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었다. 그랬기에 아직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선생의 많은 작품들이 널리 읽히고 있어 선생의 부재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10주기 특별판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책이 있어 관심을 끈다. 그러나 이 책들을 다시 보면 새로 출간되는 책이 아니라 이미 나왔던 소설집을 장정만 바꿔 재출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리커버(recover) 판의 형태로 출간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하긴 고인이 된 작가의 신작이 나올 리가 만무한 만큼 지나친 기대는 애당초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재출간 작업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번에 재출간된 작품집은 세 가지로 그 하나가 민음사에서 나온 '지렁이 울음소리'라는 제목의 작품집으로 1976년 일지사에서 나왔던 선생의 첫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타이틀만 바꿔 재출간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문학동네에서 2012년 선생의 타계 일 년 뒤에 출간했던 선생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를 같은 출판사에서 장정만 바꿔 재출간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1991년 작가정신에서 나왔던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라는 이름의 콩트집으로 마찬가지로 같은 출판사에서 표지만 바꿔 재출간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지렁이 울음소리'에 수록된 단편 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전집의 1권에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1976년에 출간된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집을 재출간하면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지렁이 울음소리'로 타이틀을 바꾼 이유가 1970년 여성잡지의 공모에 장편소설 '나목'이 당선되었다는 이유로 초기에 대중 작가로 인식되었던 선생이 평단으로부터 순수 작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소설이 바로 '지렁이 울음소리'였다는 사실을 되살린다는 것으로 이 또한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하겠다.

그 외 두 가지 작품집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출판물을 외양만 바꾼 것으로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사실 이들 소설들이 거의 이미 읽었거나 선집의 형태로 소장하고 있지만 '지렁이 울음소리'와 '기나긴 하루'를 구입한 것은 선생의 작가로서의 처음과 끝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장의 유연함과 같은 변화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겁니다."라는 선생의 바람을 넘어 지금도 현역 작가로 느껴지는 생명력을 확인하게 되는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