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직 아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아내의 눈시울은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투병 중인 장모님께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셨는지 저녁 6시경에 문안 전화를 드렸던 아내였기에 그 시간이면 장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모양입니다.
또한 2년 6개월 동안 아내가 쉬는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아내는 장모님을 모시고 서울에서 가까운 맛집을 찾아다녔었기에 지난 수요일에는 아내를 집에 둘 수 없어 당일 코스로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화창해서 아내의 우울한 기분도 많이 밝아진 듯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옆 절개지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꽃(이 꽃이 아메리카 원산의 금계국이라는 사실은 후에 책에서 찾아 알게 되었습니다.)이 여행을 떠나는 마음에 기대를 더하게 했습니다. 강릉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장모님을 모신 문막의 공원묘지를 찾았는데 인근을 흐르는 섬강의 제방에도 이 꽃이 잔뜩 피어 있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더위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계획된 일정이 없어 온종일 집에만 있었더니 때 이른 더위 때문인지 매사에 무기력하고 소득 없는 하루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뒷전이고 하루를 이런저런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군요. 어쩌다 여름에 피는 꽃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대부분이 초본 식물로서 벌개미취, 꽃창포, 봉선화, 범부채, 엉겅퀴, 원추리, 수국 등의 친숙한 야생화와 연못을 장식할 연꽃, 그리고 금지된 식물이라 수목원에서만 볼 수 있는 양귀비가 먼저 생각납니다. 이들 식물들은 대부분 강렬한 색상의 꽃을 피우지만 의외로 은은한 색채의 우아한 꽃이 있으니 7~8월에 꽃이 피는 목화가 있습니다.
목화라면 어릴 때 교육의 영향으로 문익점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렇게 꽃이 예쁘리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합니다.그리고 목화 재배에는 미국 남부의 흑인 노동자의 애환이 서려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많지 않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1950년대까지도 미국의 목화 농업은 흑인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했지만 기계화의 추세에 밀려 목화 노동자들은 도시의 노동자로 이동하게 됩니다. 물론 이들은 이내 도시 공업의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마약과 범죄로 내몰리게 됩니다만.
우리에게는 C. C. R.(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노래로 알려진 'Cotton Fields'는 1940년미국의 민요 연구가인 로맥스(Romex) 형제에 의해 채보된 리드 벨리(Leadbelly)의 노래에 의해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리드 벨리의 강렬한 음성으로 듣는 블루스 스타일의 노래를 권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포크 그룹 '하이웨이맨(The Highwaymen)'의 노래가 귀에 들어옵니다. 물론 C. C. R. 의 락 사운드도 놓칠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