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인근의 동네 성당에 빨간 장미가 앙증맞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지난달 중순께부터 노랑, 분홍, 하양 등 갖가지 색을 자랑하며 개량된 장미들이 탐스럽게 피었지만 생명력이 짧은지 벌써 탐스러웠던 꽃이 시들며 고유의 색을 잃은 것이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들이 화려한 자태를 잃어가는 순간,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빨간 장미가 비로소 앙증맞게 꽃을 피우면서 동네를 밝게 하고, 코로나와 세상사에 위축된 우리의 마음에 평안과 여유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녹색 이파리와 빨간 꽃잎의 대비와 조화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렬한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역시 장미는 빨간 장미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예부터 많은 시인들이 장미를 예찬했고,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가 있었지만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 로버트 번즈(Robert Burns)가 고국 스코틀랜드의 민요 가락에 자신의 시 '빨간 장미(A Red, Red Rose)'를 붙여 노래했고, 프랑스의 작곡가 포레(Faure, Gabriel)는 친숙한 프랑스 가곡 '장미(La Rose)'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음악에서도 장미는 '사랑'이라는 꽃말에 어울리게 많은 노래의 소재가 되어 왔습니다.
얼핏 기억나기로는 프랑스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가 부른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와 영화 음악의 거장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가 작곡하여 동명의 영화에서 주제가와 영화 음악으로 사용된 '술과 장미의 나날(Days Of Wine And Roses)'이 있네요. 그리고 미국의 컨트리 가수 아니타 브라이언트(Anita Bryant)가 부른 '종이 장미(Paper Rose)', 배트 미들러(Bette Midler)가 부른 영화 '로즈'의 주제가 '로즈(Rose)가 기억 속에서 떠오릅니다.
그러나 수많은 가수들이 반복해서 부른 명곡이면서 오래되어서인지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노래로 '우울한 그녀에게 붉은 장미를(Red Roses For A Blue Lady)'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우울한 그녀에게 붉은 장미를(Red Roses For A Blue Lady)'은 1948년에 발표된 노래로서 같은 해 미국의 가수이자 밴드 마스터인 본 몬로(Vaughn Monroe)가 불러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입니다.
우울한 그녀를 위해
빨간 장미를 사고 싶어요
제 주문을 받아 주세요
우린 지난번에 다투었답니다
어리석게도
그러나 예쁜 장미꽃이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거예요
우울한 그녀를 위해
빨간 장미를 사고 싶어요
마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꽃을 배달해 주세요
그리고 이 말도 함께 전해 주세요
다음에는 그녀의 웨딩드레스에 쓸
하얀 난초를 가지고 가겠다고
저음이 매력적인 본 몬로는 'Rider In The Sky'나 크리스마스 캐럴로 친숙한 'Let It Snow, Let It Snow'의 원곡 가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가 원래 본 몬로를 위해 작곡된 노래가 아니었던 만큼 본 몬로가 원곡 가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본 몬로를 원곡 가수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수많은 가수와 연주 밴드가 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해왔습니다. 특히 1965년에는 빅 다나(Vic Dana)라는 가수가 다시 불러 인기 차트 10위에 랭크되기도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를 알 마티노(Al Matino)의 음성으로 처음 접했지만 앤디 월리엄스(Andy Williams)의 노래가 상큼하게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