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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가 고마운 계절에

-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

by 밤과 꿈

금년에는 장마가 비껴갈 줄 알았지만 뒤늦은 장마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장마 예보조차 늦장을 부린 것을 보면 요즘의 일기는 도무지 예측이 힘든가 봅니다.

어떤 해에는 장마가 별다른 기척도 없이 슬쩍 소멸해 버리는가 하면, 작년 같은 경우는 6월 24일에 시작된 장마가 54일간 지속된 후 8월 16일에 끝나 가장 긴 장마 기간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오늘 시작되는 지각 장마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얼마 동안 우리의 곁에 머물지 예측할 수 없지만 큰 물난리 없이 머물다 떠나갔으면 하고 바랍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금년 여름에도 어김없이 지구촌은 몸살을 앓으리라 생각됩니다. 벌써 캐나다는 생각지도 못한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는 1992년 리우에서 열린 국제기후협약에서부터 그 심각성에 주목해 왔지만 한동안 일반 사람들에게 지구 온난화의 폐해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은 이상 기온 현상의 모습으로 이미 우리 곁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고 하겠습니다.

국제기후협약 체결 당시 세계의 기후 전문가들은 인류를 향하여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것과 같이 지구를 되살리는 행동을 촉구하면서 그 행동이 늦은 것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푸른 행성을 되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합니다.

생태계, 간단히 말해서 자연의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로서 '종의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개념의 사전적인 뜻을 언급할 필요 없이 우리의 자연이 다양한 생물을 품을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가 속한 이 자연은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상식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지금 급속도로 종의 다양성을 잃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지구의 역사를 통틀어 다섯 차례에 걸쳐 종의 대멸종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섯 번째 일어나고 있는 대멸종의 시간 속에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은 '2020 지구 생명 보고서'에서 1970년에서 2016년 사이에 척추동물 개체군의 68%가 멸종했다고 밝혔습니다.

실감 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문제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종의 대멸종이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 비해 광범위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종의 대멸종의 원인이 빙하기나 운석 충돌 등 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것이었다면, 여섯 번째 종의 대멸종은 환경 파괴, 즉 인간의 잘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온난화와 더불어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자연 훼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습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정화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최대의 습지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 유역의 개발은 인류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사실을 너무 많이 언급한 것 같지만 지금 벌어지는 사실이고,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정말 이러다간 우리 인류는 지구에서 마지막 남을 외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국내의 포크 그룹 여행스케치가 1989년에 부른 '별이 진다네'라는 서정적인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의 앞부분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 풀벌레 짝 찾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등 자연에서 직접 녹음한 음향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이 소리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봅니다. 우울한 이야기이지만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마저 사라진다면 별 볼 일도 없겠다 싶습니다. 사실 매연과 빛의 공해 때문에 이미 대도시에서는 별보기가 수월치 않은 현실이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장마도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는 생각이 이야기를 이렇게 끌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rj12PzGuP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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