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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Aug 01. 2021

여름이면 다시 듣게 되는 추억의 노래

-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오늘부터 8월입니다. 가일층 맹위를 떨치는 더위를 피해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시간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예년에 비해 그 정도는 덜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이지만 피서(避暑)라는 말이 있습니다. 피서의 사전적 의미는 시원한 곳으로 옮겨 더위를 피하는 것이랍니다. 어릴 때는 가족과 함께 시원한 계곡을 찾거나 신나게 해수욕장을 갈 때에 곧잘 피서 간다고 말했었습니다. 심지어는 집에서 얼음을 띄운 양동이에 발을 담그면서도 "돈 안 들이고 피서 한번 잘한다."라고 말하곤 했었지요. 이처럼 흔하게 사용되던 용어가 사라지게 된 것에는 휴가라는 개념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게 된 까닭이 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휴가를 정착시켜 일상화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없었던 시절에 즐겨 사용했던 개념이 피서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박한 의미를 지닌 용어인데도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이 정도의 피서마저도 호사로 생각될 만큼 우리 사회의 형편이 전반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편리함과 화려함으로 볼 때 예전의 피서는 펜션을 예약하고 맛집을 찾아 여러 날을 떠나는 요즘의 휴가와는 비교가 가당치 않을 만큼 열악한 것이지만 예전의 조촐한 피서에는 오히려 모든 면에서 잘 갖추어진 휴가가 주지 못하는 심적인 풍요가 있었습니다. 집에서부터 사 가지고 간 수박을 시원한 계곡물에 띄우고 탁족(濯足)을 즐기거나, 튜브를 어깨에 메고 가까운 해변으로 떠날 때의 설렘과 만족감은 물질적인 풍요가 줄 수 없는 것입니다.

 더 자라서는 친구들과 떠나는 캠핑은 또 어떻습니까. 백사장 혹은 계곡 옆에 텐트를 치고 통기타에 맞추어 친구들과 부르는 노래의 낭만...

 비록 노숙에 가까운 불편한 잠자리와 대충 만들어 먹는 음식이 초라할지라도 캠핑이 주는 추억과 낭만을 돈을 많이 쓴 휴가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가치가 있기에 요즘 캠핑이 다시 유행처럼 붐을 일으키고 있지 않을까요.

 역설적이지만 이와 같은 빈곤 속의 풍요에는 물질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가치는 추억이 되어 우리 마음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성하(盛夏)의 계절, 8월에 우리를 지나간 시절의 추억으로 이끄는 것으로 음악을 빠트릴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듣던 추억의 노래는 쉽사리 우리에게 지나간 시절을 환기시키게 됩니다.

 예를 들면 여름 하면 무엇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노래로서 이 계절이면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다시 듣게 되는 우리 노래로 키보이스라는 1세대 락그룹이 1970년에 부른 '해변으로 가요'가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노래라기보다는 일본 노래의 번안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재일교포 작곡가 이재철이 작곡하고 일본 그룹 아스트로 제트(The Astro Jet)가 부른 '해변의 여인'이 원곡입니다.

 아무리 국내에서 저작권의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번안곡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도의적으로 마땅한 일인데 이를 간과해 훗날 소송으로까지 문제가 되었었습니다.

 이처럼 '해변으로 가요'라는 노래에 썩 유쾌하지 못한 이면사가 있다 할지라도 지금 들어도 이 노래의 감흥은 여전합니다.

 

 

https://youtu.be/8t5eoca5N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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