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떠나가는 자리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1)

by 밤과 꿈

여름의 끝자락에 바다로 왔어.

오락가락 내리는 비가 아쉽지만......

언뜻 모습을 드러내는 햇살에서 벌써 가을을 느낀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바다, 여름이 떠나가는 빈자리에 서서 다가오는 가을의 빛을 바라보지만 아직은 낯설기만 하네.

어쩌자고 아내는 강원도의 바다를 휴가지로 선택했을까.

작년, 돌아가신 장모님을 모시고 왔던 곳을 또다시......

아직 장모님을 떠나보낸 슬픔이 마음 가득 출렁거리고 있을 텐데......

아마도 아내는 장모님과의 추억을 오래 붙들고 싶은 모양이야.

마음속 슬픔은 깊어지겠지만.

아내도 사랑은 슬픔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듯.

사랑이 깊어갈수록 슬픔도 깊어간다는 사실에 모자라는 마음이 아플 거야.

그래도 사랑이 있어 지극한 슬픔도 견딜 수 있겠지.

잔뜩 찌푸린 날이지만 사랑이 있어 환한 여름의 끝자락에서 너에게 소식을 전한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지지 못하던 너.

내 기억 속의 너는 늘 그런 모습이었지.

언제나 가까이에 사랑이 머물고 있었을 텐데 지나친 자학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게 했을 뿐.

가까이에 와 있는 사랑을 놓치지 마.

그리고 언제나 그 사랑에 머물기 바란다.

그러면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 빛으로 환할 테니 얼마나 기쁜 일이야.








#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말러의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https://youtu.be/75YmlDR92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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