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리, 마음에 비가 내리다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4)

by 밤과 꿈

8월의 마지막 날,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리에 비가 내린다.

떠나는 계절을 아쉬워하듯 내리는 비도 힘에 겨워 보이네.

기운 달이 곧 차 오르듯, 떠난 자리를 채우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인지라... 새로 오는 계절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어떤 것에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네.

희망이 달고 다니는 쓸쓸한 그림자가 너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야.

희망을 벗어날 때의 절망과 탄식의 순간들이.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지만.

세상사의 모든 이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 것.

지혜가 자라는 대신 무모함이 사라지는 것.

바로 젊음이 떠나가는 자리에 내가 서 있음이다.

그러나 어쩌랴, 앞서 네게 말했듯이 절망의 자리가 바로 희망을 바라보는 자리인 것을.

삶의 모든 희망에 감추어진 상처가 분명해도 결국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언뜻 보기에 모순 투성이의 삶이지만, 그 불가해(不可解)한 지점이 사람의 영역인 것을.

그래서 희망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겠지.

점점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네.

오늘은 날이 서둘러 저물겠지.

밤이면... 내리는 비에 마음이 흥건히 젖겠지만...

우리, 다가올 시간 속에서 꿈을 꾸듯 희망을 찾아보자.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쇼팽의 전주곡집 중 제15곡 '빗방울'

https://youtu.be/pCx5g4FnAXU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희망을 바라보는 절망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