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갑자기 가을이 다가왔다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5)

by 밤과 꿈

8월이 떠나가자마자 비와 함께 성큼 가을이 다가왔네.

아직은 세상이 생명의 노래로 가득 차고 산과 계곡에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의 가을꽃이 수수한 자태를 뽐내겠지만......

오래지 않아 지상의 많은 생명들이 활력을 잃고, 추위와 함께 칩거에 들어가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어.

뭐, 서둘러 가을의 끝을 마음으로 맞이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지만 가을은 너무 빨리 겨울에게 자리를 물리고 우리 곁을 떠나가거든.

좋고 귀한 것들은 한결같이 곁을 두지 않고 허겁지겁 떠나가더군.

내 인생이 늘 그랬어.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하고 싶어 지네.

가을의 청명한 대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가을의 부드러운 햇살에 내 마음을 씻고 싶어.

그리고 가을의 끝까지, 윤동주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지상에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넉넉한 마음을......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경건하게 만드는 것일 게다.

다가오는 계절의 첫자리에서 풍요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낀다.

이 풍요로움을 너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 나에게는 크나큰 기쁨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길.










#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9월의 노래', 쳇 베이커 연주 버전

https://youtu.be/wYBGewgVp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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