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바라보는 절망의 자리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3)

by 밤과 꿈

오늘 한 후배가 페북에서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을 말하고 있네.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가슴 먹먹한 영화.

본 적도 없는, 사실 존재 자체가 불확실한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나는 어린 두 남매의 절망적인 이야기.

"낙엽처럼 걷는다"라는 대사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오래 기억 속에 남는 영화.

낙엽처럼 걷는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생각했었어.

앙상하게 메마른 낙엽은 가벼워 바람 따라 쉽게 흩날리거든.

방향도 없이... 목적도 없이...

사실 영화 속의 두 남매가 찾아 길을 떠나는 아버지의 존재가 불확실한 것이었으니 목적 자체가 없는 여정이었겠지.

두 남매가 여정에서 만나는 절망의 풍경들에서 영화는 끊임없이 절망과 희망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야.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희망은 결국 '절망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것.

현실이 절망적이기에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절망의 자리가 있기에 희망이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런데... 뒤늦게 알아가지만...

아버지라는 여정의 목적이 불확실한 두 남매의 여행은 희망 자체가 없는 것이었고.

그들이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의 절망, 그리고 그들의 여정 자체가 안개 속의 풍경처럼 모호한 것이겠다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가슴이 아린 영화이지만......

왠지 안개 속의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우리가 살아온 날의 기억 속에서도 만날 수 있고,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우울하다.

내일 밤에는 오랜만에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을 다시 봐야지.

우울하다면서 왜 우울한 영화를 보냐고?

사람이 어떤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같은 종류의 다른 감정으로 이겨낸다는 것을 이해할지 모르지만.

일종의 자기 정화라고 해 두자.

늦었네, 잘 자......










#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영화 '안개 속의 풍경' OST

https://youtu.be/cuIWqVoBb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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