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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꿈의 문화바라기
만월(滿月)을 바라보는 외로운 마음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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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꿈
Sep 19. 2021
이번 추석은 장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네.
아내야 이번 추석을 맞는 마음이 남다르겠지.
사실 차례를 지내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께서도 7년을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히 명절 분위기를 즐겼던 것도 아니었어.
그냥 어머니께 드릴 전 좀 부치고, 잡채랑 불고기, 탕국 정도만 준비해 왔었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이 마저도 줄이게 되었었지.
그런데... 이번 추석에는 아내가 적극적으로 명절을 준비하네.
명인이 만든 한과도 주문하고, 손이 많이 가는 탕국도 준비한다고 내일은 산 문어를 사러 가잔다.
아내는 마음속 장모님의 빈자리를 느끼고 싶지 않은가 보다.
이젠 나처럼 아내도 고아가 되었어.
고아
...
그 단어를 떠올리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네.
항상 가까이에 있던 빛바랜 가족사진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부모님들은 나보다도 젊었고, 아버지의 무릎에 앉은 나는 세상 걱정 없이 손가락을 빨고 있어.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나는 오래된 흑백 사진의 빛바램보다도 더 큰 시간의 간극을 느낄 수밖에 없어.
부모님께서는 이 세상에 안 계시고, 세 살 터울의 작은 형도
오래전에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사진 속에서 어린 내가 생사의 갈림 없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마음이 아리고, 사진의 빛바램처럼 옛 추억도
아슴푸레하게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너는 환한 달빛이 뿜어내는 서기(瑞氣)에서 고독한 냉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처럼 이번 추석에 만월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무척 외로울 것만 같다.
#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로스 트레스 디아만테스가 부르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https://youtu.be/-lij3AOQB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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