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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제와 결별할 시간이다

by 밤과 꿈


치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련없이 치아를 뽑아버리듯

지금은 모질게

어제와 결별할 시간이다

새로운 출발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

새로운 시작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혁명이라고


어제와 결별하는 지금

시선은 지난 시간을 떠나

내일을 향해 열린 공간을 본다

어설픈 타협이 아닌

결단으로 열리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끝 날 같이

독하게 슬퍼하고

독하게 분노하고

무엇보다도 독하게 사랑하라


이제 사랑은

더 이상 꿈결에서 듣던

달콤한 속삭임이 아니라

마음에 품은 칼 끝이다

숨 쉴 때마다 마음을 저미며

떨어지는 붉은 피,

사랑은 서슬 퍼런 혁명이다


그렇게 독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새롭게 출발하는 걸음걸음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리니


지금은 어제와 결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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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독일의 정치철학자, 정치이론가



2021년도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 있다. 저무는 이 순간이 오래지 않아 과거가 되어 지나쳐 갈 것을 생각하면 마주하는 삶의 국면이 아찔하다.

금년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에 어려움이 있었다. '위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일상 회복을 기대했지만 또다시 방역 강화로 일상을 유보해야 할 만큼 바이러스의 기세가 무섭다. 바이러스라는 미물에게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모습에 화가 난다.

또한 후기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무기력하고 자아를 잃은 모습이 안타깝다. 모두가 꿈꾸는 이상 사회가 요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이런 생각을 속없이 드러내었다가는 영락없이 철없는 이상주의자로 낙인찍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을 떠나 함께 해야 할 자연을 훼손한 우리의 오만, 그 배신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또한 어설프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젊은 날의 기억들을 소환, 그 아픔을 대면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아픔이 오롯이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내 젊은 날의 시간들을 비로소 떠나보낸다.

새로 맞이하는 2022년에는 우리의 안타까움, 어설픔, 아픔과는 결별하고, 새로움을 덧입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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