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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통로다

- 밤과 꿈의 신앙 에세이(6)

by 밤과 꿈

아인슈타인-로젠 터널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말로 아인슈타인- 로젠의 다리라고도 하는 것으로 대학에서 물리학을 배울 때 처음 접했던 용어다. 이 용어는 몰라도 블랙홀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았음직한 용어일 것이다. 별이 백색왜성의 단계를 거쳐 수명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에 질량은 유지하면서 극한으로 부피가 수축, 공간이 휘면서 빛마저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예측되었고, 그 존재가 실제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질량이 소멸하는 블랙홀과 함께 소멸된 질량이 다시 생성되는 화이트홀의 존재를 가정했었다.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를 아인슈타인-로젠 터널이라고 가정하여 불렀던 것이다.

물론 우리가 현존하는 우주라는 시공간에 속한 이상 우리 우주를 벗어난 것에 대한 사실은 상상으로 가정할 따름으로 우리의 인지력이 이에 도달할 수는 없다.

요즘에는 화이트홀의 존재에 대한 가정보다는 블랙홀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개념이 강하고 이곳에서 시간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간이동을 다룬 SF 영화에 등장하는 웜홀이 같은 개념으로 시공간에 인위적인 웜홀을 만들어 공간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꿈과 같은 이야기이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물질의 소멸과 생성을 연계하는 아인슈타인-로젠 터널에서 우리가 하나님께로 이르는 고난의 통로를 겹쳐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이는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음이라." (창세기 12: 10)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가라고 명하셨다. 그래서 아브람은 그의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함께 하란을 떠나 하나님께서 약속한 가나안 땅에 들어갔다.

그러나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아브람이 맞닥뜨린 것은 풍요가 아니라 기근이었다.

어떻게 보면 듣기에 좋은 소리에 솔깃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브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려는 것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아브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에서의 고난을 통과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아브람과 언약을 세우셨다는 사실이다.

이는 고난이야말로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전제되는 조건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난은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유일한 통로라는 뜻이다.

고난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아를 경험하고, 자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난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갈 때 터널의 끝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빛의 세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이다.

마찬가지로 믿음으로 맞이하는 죽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의 끝에 우리는 믿음으로 해서 영생으로 들어갈 것이다.

우리가 고난 중에 있을 때에야말로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에 들어서 있음이니 믿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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