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햇살에도 불편한 마음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11)

by 밤과 꿈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문득 하는 생각이야.

절정의 가을 풍경을 느끼면서 하는 생각으로는 느닷없지만...


21세기를 맞이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난 세기에 미완의 성취로 남았던 자유,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는 여전히 요원한 거리에 머물고 있기에,

사회적 불평등과 기회의 불균등이 오히려 심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은 고스란히 기성세대의 몫이기에...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두 눈을 찌르는 가을 햇살의 청명함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 같아.

지난 세기의 보편적 가치를 신념으로 한 모든 진보적 행동이 도로(徒勞)에 그친, 무기력한 이 시대를 이후 세대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는 선배 세대로서의 책임이 있기에 우리의 마음이 불편하고 현실에 대하여 자유롭지 못한 것이지 싶다.

내가 청명한 가을 햇살을 받으면서 오히려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까닭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1. The Byrds의 'Wasn't Born To Follow'

https://youtu.be/_hftlEpHYh0


2. Crosby, Stills, Nash & Young의 'Teach Your Children'

https://youtu.be/dQOaUnSmJ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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