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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길어 올리는 우물가
나는 사랑을 새로 배운다
- 익명(匿名)의 너에게 부치는 편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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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꿈
Dec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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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최승자 시인의 산문집 한 권을 읽었어.
그런데 그 책 속에 활자로 된 글 하나가 두고두고 머리에 남아 있는 거야.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발음해야만 한다"라고.
최승자 시인이 어느 시인의 말이라고만 언급해서 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표현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성서에 비슷한 표현이 기록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사랑을 발음해야만 한다니... 이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시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미문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덕분에 사랑에 대하여, 사랑이라는 벅찬 감정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날 내 사랑은 집착이었지 싶어. 내 것이어야 하는 강렬한 집착, 그래서 사랑을 잃으면 집착의 크기만큼 강렬한 아픔을 겪어야 했고.
지나간 모든 사랑이 집착이 아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강렬했지만 허무로 남았던...
지금은... 사랑이란 집착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깊고 진중한 시선이 사랑이라고.
바라보는 사랑의 거리가 멀다면 그만큼 그리움이 짙어지겠지만...
젊은 날, 사랑 때문에 내 마음속에 감옥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었던 것과 같이 스스로를 마음속에 가두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새로 배우는 사랑은 순간순간을 영원 같이 바라볼 따름, 집착이 없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사랑은 날마다 기쁨이요, 생생한 두근거림으로
다가오리라 믿어 본다.
그리고 이 소중한 깨달음을 무슨 비밀처럼 너에게 전한다.
#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리스트의 '사랑의 꿈' 중에서 제3곡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https://youtu.be/lhW_tRmpL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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