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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May 10. 2022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오늘부터 우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를 맞이한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언제나 상식처럼 '국민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는가에 따라 국민의 삶이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러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볼 때 어쩔 수 없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겠다.

새롭게 시작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애당초 큰 기대도 없었지만 이제 출발하는 정권이기에 할 말도 출발에 대한 감동도 없다. 그러나 5년 전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을 때에는 기대도 감동도 컸었다. 그렇게 기대가 컸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도 컸고, 지금 임기를 마치고 떠나가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큰 것이다.

 물론 떠나는 문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높다. 더불어 민주당의 여러 실정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지자들의 문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마치 정권의 실정에 대하여 평가의 대상에서 문 대통령을 더불어 민주당과 분리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안타까워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정치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와 관련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게 지지자들이 보내는 사랑과 문대통령의 자임과는 달리 나는 문재인 정권을 실패한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재임 당시의 모든 정책을 염두에 둔 평가가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우리 진보 정치가 크게 망가졌기 때문이다. 진보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에 들어 오히려 진보의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에는 크게 두 사건이 작용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문대통령에 의한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이다. 조국을 버리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내건 공정의 기치를 저버렸다. 나는 당시에 저토록 손쉽게 진보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면에서 진보 정권의 수장으로서의 문대통령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총선에서의 압승이 결과적으로 진보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나는 이전에 총선의 압승 이후 여당 내 운동권 출신의 퇴진을 SNS에서 언급한 바가 있었다. 운동권의 논리가 현실 정치에 미칠 폐해를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더불어 민주당의 모습을 오만이라고 하지만 운동권이 가진 힘의 논리로서는 당연한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대통령의 정치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정치 철학의 부재가 운동권의 논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에 운동권과의 결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 얼마나 한심하고 꼴사납게 흘러갔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특히 윤석열이 반드시 올바랐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검찰총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자행한 여러 편법들은 우리 정치에 지성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생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 현실에 대하여 문대통령은 침묵했다. 비겁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주화 투쟁 당시 단식투쟁 중이던 신민당 당수 김영삼의 명언을 올리게 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했던 일갈을. 이것이 역사 인식이다. 역사에 대한 신념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어도 끝까지 신념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 이는 예수가 다시 올 날을 기다리며 소명을 잊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기독교는 기다림의 종교, 인내의 종교다. 마찬가지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 역사를 인식하는 것은 반드시 와야 할, 그리고 오고야 말 시간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편법의 사용은 믿음에 기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을 '촛불 정권'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촛불에 의해 탄생된 정권"이라고도 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촛불이 위임하여 탄생시킨 정권"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촛불 정권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만일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생각하기에 지난 5년의 시간이 국민의 염원에 부족했다면 부채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퇴임의 변을 자화자찬으로 채울 일은 아닌 것이다.


 나는 문재인 정권의 5년을 진보의 가치를 몰각, 진보 정치의 뿌리를 뽑아버린 시간으로 인식한다. 이처럼 진보 가치의 훼손이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애당초 나는 더불어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마다하지 않아 정책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정의당 정도가 진보 정당이겠지만 조국 사태 때 더불어 민주당과 궤를 같이 함으로써 정의당 또한 진보 정당의 정체성을 상실했다. 그 결과가 이번 대선에서의 참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정치적 순수함을 믿고도 싶다. 그러나 그런 인간적인 면모가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그래서 문대통령의 퇴임을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도무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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