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만의 가곡 ‘그대는 꽃과 같이’에 부쳐
환하다, 바라보는 세상이,
바라보는 네 모습이 발광(發光)하여
세상이 이렇게 환하다면
너를 향한 내 마음이
마냥 쑥스럽지는 않으리라
때때로 생활이 시들하고 힘겨워도
바라보는 네 모습 만으로
모든 간난이 잊힌다면
너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환하여 언제나 꿈속에서 살리라
순수한 네 모습이 영원하기를,
바라보는 마음 간절하게
세월을 이겨 시들지 않는 너,
아름답고 순수한
꽃 한 송이를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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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오래된 부부는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장 맛처럼 곰삭은 정으로 산다고들 말한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이 한결같을 수는 없겠지만, 사랑의 본질을 생의 한 시기에 뜨거웠던 것으로 섣불리 단정한다거나 사랑의 범주를 한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이 애틋하다. 나와 결혼해 살아오면서 한 고생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아내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아내의 수고에 대한 죄책감 때문만은 아니다.
나나 아내나 젊음의 시기는 지나가고 육체적으로나 생리적인 노쇠를 피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연령에 도달한 것이다. 더불어 이십 대의 뜨거운 사랑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살아온 날만큼 사랑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아니다.
‘정’이라는 것도 사랑이다. 젊은 날의 사랑이 모습을 달리해서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랑은 살아온 시간을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늘어가는 아내의 흰 머리카락마저 예쁘다.
독일의 서정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짧지만 아름다운 가곡 ‘그대는 꽃과 같이’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아내를 생각한다.
https://youtu.be/TQq69KZf_x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