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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Nov 17. 2022

수능일에 대학을 생각한다

-음악은 인생을 감싸고 흐른다(4)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op. 80


 오늘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평가를 받는 수능일입니다.

 그동안 안쓰러울 만큼 힘들게 이 날을 위해 학업에 정진해 온 학생들의 수고를 한 번의 평가로 판가름한다는 것이 마뜩잖은 일입니다.

 저야 성장기에 있는 자녀가 없어 이런 평가 시험으로 마음을 졸일 일이 앞으로도 없겠지만, 어린 학생들의 수고가 그들 만의 수고가 아닌 온 가족의 수고였기에 오늘의 평가가 더욱 안쓰럽습니다.

 오늘 하루 긴장 속에서 시험을 치를 수험생들과, 더불어 온종일 마음을 졸일 학부모들에게 격려와 함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 평가의 결과가 어떻든 그 결과가 한 사람의 인생 모두를 결정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요즘 학부모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좋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자녀들을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교육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교육이 오히려 자녀들이 가진 가능성을 줄이고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협소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회도 문제이겠지만, 사회가 그렇게 잘못 흘러가는 데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중에서도 일찌감치 자녀의 적성과 능력을 발견, 이를 키워주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입니다.

 그만큼 시대가 변해 사회의 다양화가 이루어졌고, 사람들도 이를 인지하게 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젊은 나이의 우리에게 선택할 미래가 많지 않았습니다.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경제력이 따르지 않으면 대학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여건이 되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30% 만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바람은 자녀가 공부를 잘해 의사나 판검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만큼 그 시절의 부모들은 가난했고, 권력에 주눅이 들어 살아온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S대학교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출가한 스님이 있습니다.

 스님은 어려서부터 영리하고 공부를 잘해서 스님이 사법시험을 합격하는 것이 부모님의 소원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스님은 부모의 소원을 풀어드린 후 자신의 희망에 따라 출가를 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미래에 부모의 바람이 크게 작용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의 지나친 교육열이 그 연장선 상에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의 미래는 부모의 미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대학 들어가서도 현실적인 문제에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젊은이들은 힘들게 대학 입학하자마자 새로운 고민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우선 좁디좁은 취업 문제가 발목을 잡고 늘어집니다.

 그리고 아직은 가까이 있지 않은 결혼 문제와 주택 문제도 그다지 멀지 않은 부담으로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상아탑이라는 말로 대학을 표현합니다.

 순수 학문의 전당이라는 뜻으로 대학의 본질을  표현하고 있는 말입니다.

 이 말의 사용이 드물어지는 것은 대학이 학문 연구라는 본질적인 역할이 퇴색하고 기능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대학생 모두가 학문의 지속을 자기 진로로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젊음이 머무는 나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이라면 변화를 꿈꾸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옛 동아리 후배의 전언에 의하면, 어학과 관련이 있거나 전공과 관련이 있는 동아리를 제외한 동아리는 대학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학생 사이에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 두드러지고, 자신을 현실에 함몰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더 이상은 대학이 선택된 소수를 위한 곳이 아닌 만큼 대학생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예전에 대학이 구가했던 이상과 낭만, 그리고 진실의 추구를 현재 대학의 구성원들이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R5pzr5655yw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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