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by 밤과 꿈


"그러니까 상상력만 있다면 불운한 사랑이란 없는 것이었다."


젊은 소설가 김금희의 단편 소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김금희라는 젊은 소설가에 대하여 알지 못했지만 이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의 홍보 글에 실린 이 문장에 이끌려 소설집을 샀다.


소설의 줄거리는 은수라는 직원과 그를 짝사랑하는 로스터리 카페의 사장, 그리고 은수에 대한 일상 정보를 사장에게 전하는 소설 속 화자인 나 사이의 이야기이다.

뜻밖의 반전이 결말로 마련된 이 소설은 단편 소설이 가질 수 있는 묘미에 충실한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궁무진한 함수로 이어져 있는 미궁이 아닌가."라는 소설 속 문장에서 보여주듯 언제든지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사랑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짧은 소설이 보여주는 사랑의 속성, 그러니까 일방적이라서 무지 아픈, 실체가 없이 혼자 만들어가야 하는 허무한 사랑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스무 살 무렵의 서툴렀던 첫사랑의 모습이 딱 이랬던 것 같다. 경험이 없어 감정이 앞서는 첫사랑은 이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자꾸만 오역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마음은 좀 더 솔직해지지 못하고 서로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여 좀처럼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이런 것을 요즘 말로 밀당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사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확인한 이상 온전한 짝사랑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호감이 없었다면 밀당조차도 생길 일이 없다.

다만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가 달라서 사랑이 아플 뿐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아픈 사랑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딸의 경우를 볼 때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 같아 그 건강함이 좋고 부럽다.

그리고 딸이 가꾸어갈 사랑이 아픈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김광석의 노래에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제목의 곡이 있다. 아마도 그 사랑이 너무 아파서, 아픈 상처가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사랑으로 남는 것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일 것이다.


내 젊은 날의 아팠던 사랑이 쉽게 잊힐 리가 없다. 그리고 그 후유증을 길게 겪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랑도 아픔도 지나간 일이 되었다.

지금 안타까운 것은 젊은 날의 사랑이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 현실적인 의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젊음과 함께 가버린 아름다운 시간에 대한 상실감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랑이 내 마음에 곳집을 짓고 있어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아픈 사랑도 사랑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나는 한동안 첫사랑의 그녀가 그때 나를 왜 밀어만 내는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녀가 나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설 틈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혹시 다시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늦었지만 그녀에게 이 점에 대하여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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