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여전히 사랑을 꿈꿀 때

by 밤과 꿈

로버트 번즈(Robert Burns, 1759~1796)는 스코틀랜드의 민족시인으로 그가 쓴 시는 지금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번즈는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쓴 자신의 시에 구전되어 전해오는 스코틀랜드의 선율을 결합함으로써 스코틀랜드 민요의 형성과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는 아일랜드의 민족시인 토마스 무어(Thomas Moore)가 했던 일과 같은 것으로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민요 대부분이 이들이 정리한 것이다.

로버트 번즈가 쓴 '붉은 장미(A Red, Red Rose)'라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로 '내 사랑은 붉은 장미와 같이'가 있다.

"내 사랑은 6월에 갓 피어난, 붉은 장미와 같아(O My Love's like a red, red rose, That's newly sprung in June)"라는 시의 첫 소절이 노래의 제목이 된 경우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미가 5월에 꽃이 피고, 6월이면 서둘러 꽃이 지기도 해서 지금 장미꽃을 말하는 것이 뜬금없기도 하다. 집에서 화분에 키우는 붉은 장미도 꽃이 빛을 잃고 벌써 메말라 가고 있다. 그리고 산자락 마을의 성당 담벼락에서 형형색색으로 피어나 눈부신 자태를 뽐내던 장미꽃도 시들해져서 장미꽃의 다양한 색상이 오히려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뒤늦게 피어나는 붉은 찔레 장미의 소담한 모습이 먼저 피어나서 지는 장미꽃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하고 있어 위안이 된다. 물론 하우스 재배로 키운 절단 장미를 사시사철 꽃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장미의 꽃말은 누구나 알다시피 '사랑'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꽃집에서 가장 많이 구입, 꽃다발을 꾸미는 꽃이 장미일 것이다. 그만큼 사람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꽃이 장미인 것이다. 그러면서 장미꽃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연령대가 20~30대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꽃의 쓰임으로 가장 많은 것이 사랑의 표현으로 사람들이 사랑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 더 달리 생각하면 한창 사랑을 할 연령대가 아니면 꽃을 사지 않는다는, 꽃을 살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6월의 첫머리에서 로버트 번즈의 사랑스러운 시를 떠올리며 해보는, 조금은 생뚱맞은 생각이다.

그래도, 우리가 젊음에, 사랑의 시간에 머물지 않고 오래전에 떠났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누군가에 대하여, 심지어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복된 삶을 지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리라.

나이가 들어갈지라도 사람을 포함한 어떤 대상을 사랑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그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나는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음악 감상이 내 취미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자랑스럽게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음악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간혹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사람, 특히 그 대상이 이성이라면 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사람 사이의 감정은 상호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무게가 무거운 까닭이다. 그래도 사람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말자.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제나 사랑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랜 시간 서로에게 변치 않는 사랑을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젊은 연인의 모습을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을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그렇게 현재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인생이 사랑을 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에 갇혀 있다.

6월에 시들어가는 장미꽃 아래 새롭게 장미꽃이 피어나듯, 사랑에는 때가 늦음이 없으니 여전히 사랑을 꿈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