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산자락 길을 걷는다. 5월 말에 이미 산색은 초록이 짙었지만 6월에 걷는 산자락이 보다 울창해진 느낌이다. 숲을 이루는 나무의 생장에는 아직 큰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어쩐지 초록이 빽빽해졌다. 이는 초본식물, 즉 갖가지 풀이 점점 열기를 더하는 햇살을 받고 웃자라 초록으로 여백을 지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대부분의 풀들은 계절이 성하(盛夏)에 접어들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굳이 숲을 찾지 않더라도, 잘 가꾸어진 화단이 아니라도 이들 잡초는 인간의 생활 반경 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람에 의해 마구 뽑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나며 끈질긴 생명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래서 힘이 없지만 권력의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민중을 잡초의 생명력에 빗대어 민초(民草)라고 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잡초의 생명력은 감탄할 만한 것으로 도심에서도 보도블록의 틈새를 비집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의 가장자리를 점령하는 것도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이다. 말하자면 식물이 생장하기에 가장 악조건 아래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바로 잡초인 것이다. 산자락 길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 망초꽃도 구한말에 일본에서 들어와 정착한 외래식물이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생존, 귀화식물로 대접받으며 우리 땅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잡초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고 잡초가 아무 가치 없는 식물은 아니다. 흔하게 보는 민들레나 엉겅퀴는 뿌리가 약용으로 사용되고, 망초꽃 또한 잎을 식용으로도 사용한다. 가로수 아래 기생하듯 살아가는 강아지풀이 구황작물로서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을 때 그 씨를 받아 죽을 쑤어 먹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잡초의 효용 가치가 적지 않지만 사람들이 충분히 모르고 있고, 그만큼 관심이 적어 각각의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잡초라고 통칭해서 부르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전략가, 잡초'라는 책이 있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의 특성과 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은 먼저 잡초의 사전적인 의미인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잡초란 관상용이나 식용 등으로 재배하거나 가꾸지 않는 모든 식물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봄이면 자연적으로 자라나 먹거리가 되는 쑥도 잡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봄이면 흔하게 보는 민들레의 경우, 지금은 소박한 꽃이 좋아 관상용으로도 많이 가꾸며 줄기는 나물로도 무쳐 먹고 뿌리는 약으로도 효능이 있는 민들레이지만 잘 가꾼 잔디 정원을 가진 사람에게는 바람에 묻어와 자라난 민들레는 깊게 자리 잡는 뿌리 때문에 보통 골치 아픈 존재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잡초는 골치 아픈 존재이지만,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드러나는 식물이기도 하다.
한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의 기본적인 특성으로 '연약함'을 들고 있다. 그 연약함 때문에 큰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밀리고 밀려 보도블록에까지 사람의 곁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질긴 생명력을 생존의 조건으로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잡초의 효용 가치는 인간의 입장에서 잡초를 바라보는 시각일 뿐, 식물의 생태계적 측면에서 볼 때 이른바 잡초는 식물 생존의 본거지인 숲에서 밀려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온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발달할수록 계층의 분화가 일어나고 소외된 사람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소외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는 우리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한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없고 스스로가 아웃사이더라는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끊임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가 바로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소외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 즉 아웃사이더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식물 생태계에서 밀려나 우리의 영역으로 들어온 아웃사이더, 잡초에게도 좀 더 관심을 가져 보자. 우리와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존재가 아닌가. 잡초라고 홀대할 것이 아니라 관심을 주고 살필 때 잡초의 진면목을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산자락이나 동네를 산책할 때 만나는 잡초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라도 건네 보도록 하자.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순간 그 대상의 존재는 하나의 의미가 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이름 모를 풀들이 이제는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