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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Dec 12. 2022

안갯속에서


한밤 중 안개 자욱한 죽령을 넘어간다

앞세운 길라잡이 차량의 불빛이나

마주 오는 차량의 불빛 하나 없이

가마득한 길을 외롭게 나아간다

늦은 밤, 아내는 옆자리에서 잠이 들어

어둠을 향해 홀로 가는 이 길,

속 편하게 잠든 아내가 야속해도

알고 보면 홀로 가는 인생길이라

미명조차 보이지 않는 길이라면

불안에 불안을 더할 이유가 없다

잠든 아내의 모습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고독한 여정이기에


문득, 눈에 들어오는 밝은 후미등에

반가운 마음도 잠시,

나도 모르게 아내를 깨운다

비로소 깨닫는 사실은

혼자 가는 외로움보다는

누군가와 동행하면서 하게 되는

경계가 치사하고 두렵다는 것이다

앞서 불을 밝힌 트럭을 바라보며

아내가 옆에 있어 안도한다


안개 자욱한 밤 죽령을 넘어가며

어둠 속으로 나를 이끄는,

도깨비불처럼 흔들리며 유혹하는

불빛을 홀린 듯이 따라간다

아내와 함께라면

지금 불확실한 어둠 속에서도

참된 미명을 보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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